바이든도 마스크 벗었다… 美 “접종자 야외 노마스크 허용”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8일 14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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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다수의 군중들이 모이는 곳을 제외하고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이들은 코로나19 감염자에 노출됐더라도 자가격리를 할 필요가 없다.

미 보건당국이 27일 발표한 새로운 마스크 착용 지침에는 성인 절반 이상이 1회 이상 접종을 받은 ‘백신 강국’의 자신감이 베어 있었다.

백신 접종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줄어들면서 미국의 주요 도시에선 지금도 주말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거리와 공원 등 야외로 쏟아져 나온다. 이제는 당국의 공식적인 지침마저 완화되면서 바깥에서 당당히 마스크를 벗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더 많이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백신을 무기로 미국이 일상 복귀의 고지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이다.

로셸 월렌스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우리는 미국인들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만 말해왔지만 오늘은 백신을 맞았다면 할 수 있는 것들을 얘기하고자 한다”면서 이 같은 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에 따르면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야외에서 산책하거나 운동할 때, 작은 모임을 가질 때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지금까지 당국은 실외에서도 다른 사람과 거리두기가 어려울 때는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해왔지만 이 지침을 바꾼 것이다.

코로나19 감염자나 감염의심자와 접촉했을 때도 백신을 맞았고 증상이 없다면 격리 의무가 면제된다. CDC는 백신 접종자의 기준을 화이자나 모더나의 경우 2회차 접종을 완료하고 2주일이 지난 사람으로 본다.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지침도 완화했다.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도 혼자서 또는 가족과 함께라면 산책, 조깅하거나 자전거를 탈 때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극장 쇼핑몰 박물관 미용실 교회 콘서트장 등 사람들이 모이는 실내 공공장소에서는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마스크를 써야 한다. 월렌스키 국장은 “실내에서는 실외보다 전염 위험이 거의 20배 높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도 백악관 잔디밭에서 개정된 마스크 지침을 기자들에게 설명하면서 마스크를 직접 벗는 모습을 보였다. 야외에서 연설을 마친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내가 안으로 들어갈 때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실제 마스크를 벗은 채 백악관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평소엔 공개석상에서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마스크를 어김없이 챙겨 써왔다는 점에서, 이날 변화된 모습을 일부러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여러분, 미국 국민들 덕분에 굉장한 진전을 이뤘다”며 “내가 취임했던 1월 20일에 비해 확진자와 사망자가 극적으로 줄었고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분이 백신을 맞았다면 실내와 실외에서 더 많은 것을 안전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 백신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백신을 맞아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 촉구했다.

각종 문화시설이나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도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 산하 8개 전시시설을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개방한다. 스미스소니언 측은 일단 정원의 25% 한도에서 입장객을 받은 뒤 안전이 확인되면 관람객 한도를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은 지난해 여름 운영을 재개한 바 있지만 11월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면서 다시 문을 닫았다. 뉴욕은 현대미술관(MoMA),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이 입장객을 받은 지 오래고, 브로드웨이 극장들도 9월 오픈을 목표로 공연 종사자에 대한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뉴욕은 타주에서 오는 여행자에 대해 격리 의무를 부여하지 않고 있어서 타임스스퀘어 등 주요 스폿에는 관광객도 많아지고 있다.

뉴저지주 역시 이날 결혼식과 무도회 등 실내 행사의 참석 인원을 원래 정원의 35%에서 50%로 늘리기로 했다. 또 실외 행사의 경우 참석 인원이 500명까지 늘어난다.

월가도 다시 조금씩 종전의 활기찬 모습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이르면 7월까지 미국 내 근무 인력을 모두 사무실로 불러들일 예정이다. 이로써 JP모건은 월가 금융회사들 가운데 처음으로 직원들을 사무실로 복귀시키는 은행이 됐다. JP모건은 임직원에 보낸 메모에서 “5월 17일부터 회사 문을 열 것이며 7월 초까지는 모든 직원이 순환 근무 일정에 따라 사무실에 있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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