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치 지형 변화 가늠할 ‘인구 조사’…공화당 유리해질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7일 16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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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 지도 캡쳐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 지도 캡쳐
민주당 강세인 러스트벨트(Rust Belt)의 퇴조, 공화당 아성인 선벨트(Sun Belt)의 약진.

지난 10년 간 미국 내 인구 분포의 변화를 보여주는 조사 자료가 공개됐다. 26일 미 인구조사국은 작년 4월 1일 기준으로 미국의 인구가 3억3145만 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10년 전인 2010년보다 7.4% 증가한 것으로 대공황 시기인 1930~1940년(7.3%)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증가율이다.

각 주별 인구 변화를 보면 뉴욕(+4.3%) 펜실베이니아(+2.4%) 미시간(+2.0%) 일리노이(―0.1%)에 이르는 북동부 주들의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게 늘거나 줄어들었다. 텍사스(+15.9%) 플로리다(+14.6%) 등 남부 지역의 인구는 훨씬 가파르게 늘어났다.

이날 인구조사 결과는 향후 미국 정치 지형의 변화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50개 주별로 2명씩 자동 배정되는 연방 상원 의석과 달리, 435명의 하원 의석과 538명의 대통령 선거인단 규모는 주별 인구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구가 많이 늘어난 주들은 내년 중간 선거부터 뽑히는 하원 의원 수가 지금보다 늘어난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텍사스주의 경우 하원의원이 지금보다 2석 늘어난다.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콜로라도 몬태나 오리건주는 1석씩 증가한다. 이중 콜로라도 오리건을 제외한 나머지 주들은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 반대로 인구수가 정체돼 의석수를 1개씩 잃는 곳은 뉴욕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이상 민주당 우세), 웨스트버지니아, 오하이오(이상 공화당 우세) 등 7개주로 민주당 우세 지역이 더 많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 미국 북동부의 주요 러스트벨트 주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했다. 2016년 대선 때는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내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기도 했지만 작년 대선에는 다시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로 돌아섰다. 반면 텍사스 플로리다 등 남부 주들은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텃밭이다.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지난 10년 간 각 주의 인구 수 변화로 공화당 우세 지역의 의석수가 3곳 가량 늘고, 민주당은 그만큼 감소하게 됐다. 민주당 강세 지역인 캘리포니아주의 의석수가 줄어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변수는 남아있다. 각 주(州)가 인구 세부 자료를 받아서 선거구를 획정하는 작업이 올 하반기에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양당이 선거구를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설정하는 ‘게리맨더링 싸움’을 치열하게 벌일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에 따라 전체 하원의석의 분포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나 눈여겨 볼 점은 최근 들어 전통적인 공화당 우세 지역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오랫동안 공화당 우세 지역이었던 선벨트의 애리조나와 조지아주도 민주당 지지층의 꾸준한 유입으로 작년 대선 때는 민주당이 승리하는 이변이 연출되기도 했다. 향후 이들 주의 의석수가 많아지더라도 민주당으로서는 ‘해볼만한 싸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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