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대출 푼다고?…산으로 가는 가계부채 대책

뉴시스 입력 2021-04-17 08:22수정 2021-04-17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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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대출 푸는 대신 타 규제 강화…갈등 우려"
금융위원회가 마련 중인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이 흔들리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초 지난달 발표될 예정이었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발표 시기가 이달로 미뤄졌다. LH 사태 이후 제2금융권과 토지 등 비주택담보 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더니 이번엔 청년층·무주택자들로 관심이 옮겨가면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은 당초 목적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셈법만 더욱 복잡해져 당초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밝힌 대로 다음주 발표가 가능할 지 조차 미지수다.

금융위가 밝힌 가계부채 관리 방안의 핵심은 ‘능력에 맞게 대출해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위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재 금융기관별로 DSR 관리지표를 평균치(40%)로 관리하고 있는데, 이를 차주별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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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모든 차주들이 같은 DSR 40%를 적용받게 돼 전반적으로 가계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져, 자연스럽게 부채 총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이를 통해 금융위는 지난해 7~8%대까지 치솟았던 가계부채 증가율을 2~3년에 걸쳐 코로나 이전 수준인 4%대로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금융당국도 DSR을 강화할 경우 청년층과 무주택자들의 주거사다리 역시 끊어질 수 있어, 이들에 대해서는 일부 보완책을 마련 중이었다.

일단 현행 청년층·무주택자에게 제공되는 혜택의 범위와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현재 투기·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 조정대상지역에서는 50%가 적용되는데 청년, 서민 등 일정 요건을 갖춘 무주택자들에게는 각 10%포인트씩 우대해주고 있다. 이 우대폭이나 우대를 받는 대상과 범위를 늘려주는 방안, 소득이나 주택가격 기준을 높이는 방안 등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다. 또 현재 최장 30년인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40년까지 늘려,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 등도 구상 중이다.

그러나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청년과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더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의 계획도 엉키고 있다.

지난 4·7 재보궐 선거 참패 원인이 부동산 정책 실패와 이에 따른 20·30대 젊은층 이탈로 분석되면서, 이들의 표심을 다시 붙잡기 위한 여당의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장기 무주택자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제공되는)우대 혜택을 현재보다 높일 예정”이라고 밝힌 데 이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도 “생애 첫 주택을 갖고자 하는 분들께 LTV나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좀 더 대담하게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같은당 송영길 의원은 “최초로 자기 집을 가지려는 무주택자에게는 LTV와 DTI를 각각 90%로 완화하겠다”고 발언, 금융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이는 “능력에 맞게 대출해준다”는 금융당국의 정책 ‘철학’과는 배치된다. 대출 상환 여력이 부족한 이들에까지 규제를 지나치게 풀어줄 경우, 결국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정책의 기본 취지마저 무색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1월 기준 일반가구 2034만3188가구 중 무주택 가구는 888만6922가구(43.6%)에 달한다.

또 과도한 대출 규제 완화는 자칫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는 정부의 목표에 역행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여권의 요구대로 청년층 대출을 획기적으로 늘려줄 경우 다른 계층이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청년층에 늘려주는 만큼, 다른 쪽을 조여야 전반적인 가계대출 총량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반적인 대출 규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청년층 등 실수요자 대출을 풀어주는 만큼 다른 쪽 규제는 더 세게 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출 규제를 풀어준다고 해서 과연 청년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그 실효성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이미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집 값이 오를대로 올라 대출 가능 금액을 늘려준다 하더라도, ‘내 집 마련’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312만원을 기록, 처음으로 1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 9월보다 1억6261만원(19.3%) 오른 수준이다. 집 값 자체가 내려가지 않는 한 대출 규제를 풀어준다 하더라도 청년층이 구입할 수 있는 주택 자체가 그리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결국 표심을 겨냥한 정치권의 무리한 요구에 오히려 대출 규제 완화의 혜택을 볼 수 없는 중·장년층과 고소득 직장인 등 타 실수요자들의 불만과 허탈감만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위는 “원래 생각했던 스탠스로 간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여권의 공세가 점차 강력해지는 상황에서 금융위도 결국은 여권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이 나오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산 정책 실패로 불거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간 정부가 시장원리와 괴리가 있는 형태의 정책들을 무리하게 개입하다 보니 이 사달이 난 것”이라며 “소득이 안정적이고, 상환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대출을 받는다는 대출의 근본 개념으로 돌아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부채 방안은 이미 마련돼 있지만 아직 당정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정확한 발표 시기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방안이 최종 확정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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