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소비도 양극화…에르메스·디올처럼 “비싸야 잘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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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4월 14일 0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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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 명품관에 영업시간 전부터 명품 매장 입장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2021.3.30 © News1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 명품관에 영업시간 전부터 명품 매장 입장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2021.3.30 © News1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도 불구하고 명품시장이 호황을 누렸지만 루이뷔통·에르메스·디올 등 하이엔드 명품에만 소비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사이에서 ‘플렉스 문화’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고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뚜렷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비교적 가격 진입 장벽이 낮은 입생로랑·발렌티노 등을 전개하는 업체들은 다른 패션 브랜드처럼 고전을 면치 못했다.

14일 <뉴스1>이 루이뷔통·에르메스·디올·몽클레르·입생로랑·페라가모·발렌티노·발렌시아가·토즈·골든구스 등을 전개하는 명품 업체 10곳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 4곳의 매출·영업이익이 모두 늘었다. 하지만 나머지 브랜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명품도 비쌀수록 잘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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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업계는 지난해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속설을 입증했다. 억눌린 소비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보복 소비’ 심리에 힘입어 루이뷔통·에르메스·디올·몽클레르가 지난해 깜짝 실적을 거뒀다. 4곳 모두 명품 중에서도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는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로 지난해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유한회사로 전환해 실적 공개 의무가 없었던 루이비통코리아는 신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10여년 만에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매출 1조468억원을 기록하며 명품 브랜드 가운데 최고 실적을 거뒀다. 이는 전년 대비 33%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7% 증가한 1519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억눌린 소비가 터지는 보복 소비 현상으로 실적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에르메스코리아도 올해 첫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에르메스코리아는 지난해 133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16% 늘어난 수치다. 매출액은 16% 늘어난 4191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제 1000만원을 호가하는 에르메스의 스테디셀러 버킨백·켈리백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정식 매장에서 핸드백을 구매하려면 주얼리·신발 등 비교적 저가 품목으로 실적을 쌓아야 구매할 수 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크리스찬 디올’을 운영하는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도 지난해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285억원, 104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75.8%, 137.1% 오른 수치다. 영업이익률도 30%를 넘어섰다.

디올의 가파른 매출 상승의 일등 공신은 ‘레이디 디올’ 핸드백이다. 이 핸드백의 가장 작은 미니 사이즈는 50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프랑스 영부인이 지난 1995년 당대 최고의 패셔니스타였던 영국 다이애나비에게 선물하기 위해 제작한 제품으로, 국내에선 이른바 ‘예물백’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핸드백을 넘어 명품 의류·잡화를 사는 현상이 짙어지면서 명품 의류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표 브랜드는 ‘몽클레르’다. 고가 패딩의 인기에 힘입어 몽클레르코리아는 지난해 31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년 대비 57% 늘어난 수치다. 매출도 14% 증가한 1500억원으로 매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명품이라고 다 잘팔리는건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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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명품이라고 해서 모두 잘 팔린 것은 아니다. 명품 중에서도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명품 브랜드 제품이 잘 팔린 반면, 비교적 가격 진입 장벽이 낮은 명품 브랜드의 실적은 오히려 줄었다.

대표 브랜드는 입생로랑이다. 입생로랑코리아의 지난해 매출과 영억이익은 각각 1470억원·7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2%·32% 줄어든 것이다. 한때 입생로랑은 특유의 금장 로고로 MZ세대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주춤하는 모양새다.

페라가모코리아의 매출과 영업익도 두 자릿수 감소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0% 감소한 1056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51% 감소한 45억원으로 집계됐다.

10여년 전만 해도 살바토레 페라가모 로퍼는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 베스트셀러로 꼽히며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신었던 신발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기존의 올드한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하고 ‘이미 한물간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발렌티노를 전개하는 발렌티노코리아의 매출도 크게 줄었다. 전년 대비 20% 감소한 387억원을 기록한 것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41억원으로 전년(9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스피드러너’ 등으로 젊은 층을 겨냥한 발렌시아가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오히려 전년 대비 13% 늘었다. 다만 영업이익은 14% 줄어든 54억을 기록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명품 신발 브랜드의 인기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드라이빙 슈즈로 인기를 끌던 토즈코리아는 지난해 ‘적자 전환’하며 영업손실(-18억원)을 냈다. 2010년 중후반 젊은 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누리던 골든구스코리아도 한국 ‘직 진출’을 선언했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4% 급감한 28억원을 기록했으며, 매출도 7% 감소한 440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업계에서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중심으로 명품업계가 재편되는 이유로 ‘희소성’을 꼽았다. 과거 명품은 재벌이나 연예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누구나 하나쯤 가질 수 있는 아이템이 되면서 더욱 고가의 상품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에르메스·샤넬·디올 등은 고가에도 불구하고 ‘오픈런’ 대란을 일으키는 브랜드이다. 인기 품목이 200만~300만원대인 다른 명품 브랜드와 달리 시그니처 핸드백이 500만~1000만원을 호가하지만 품귀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에선 웃돈을 얹어 비싼 값에 사는 ‘리셀’ 현상도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과거보다 명품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다”며 “명품 판매량이 늘면서 희소성이 떨어지자 일부에서는 차별성 있는 고가의 명품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더욱 비싼 제품군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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