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스토킹 살인’ 택배운송장 위험 드러냈다…“주소도 암호화 필요”

  • 뉴스1
  • 입력 2021년 4월 11일 0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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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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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김태현(25). 그는 게임을 통해 알게 된 큰딸과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다가 보내온 사진 속에서 택배상자를 발견했다. 택배상자에는 큰딸의 집 주소가 적혀 있었고, 김태현은 이를 통해 그의 집을 찾을 수 있었다.

최근 택배운송장에 기재된 주소나 휴대전화 등 개인정보가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민적 공분을 산 ‘김태현 스토킹 살인사건’ 말고도 택배운송장에 적힌 휴대전화번호를 활용해 옆집에 혼자 사는 젊은 여성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문자 메시지를 10여차례 보낸 70대가 최근 실형을 선고받는 일도 있었다.

택배운송장에 적힌 개인정보를 활용해 본인의 신분을 허위로 밝히고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지만, 이 정보를 토대로 배달기사를 가장해 범죄 행각을 벌이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택배 및 배달이 급증하면서 관련 범죄가 발생할 확률 또한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에 택배를 받는 사람들이 개인정보가 적힌 운송장을 잘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택배운송장 정보를 지우는 롤러나 테이프도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집앞에 놓인 택배운송장을 보고 범죄의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운송장에 적는 개인정보를 암호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버려진 택배운송장에 적힌 개인정보를 이용한 범죄가 늘자 업계에서는 전화번호를 암호화하는 방식으로 일회용 가상번호를 발급해 활용하고 있다. 다만 전화번호뿐만 아니라 주소도 암호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소를 암호화하면 배달기사들이 일일이 전산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렵다는 지적도 있지만,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서울에 혼자 사는 이모씨(28)는 “택배를 받을 때 일부러 남자친구 이름을 쓰고, 배달물품을 대면으로 받지 않는다”라며 “두려움 때문에 편의점 무인택배함을 이용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송장을 암호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동생과 같이 살고 있다는 이모씨(30)는 “혼자 살 때뿐만 아니라 남동생이랑 같이 살고 있는 지금도 혼자 있을 때 불안해서 남동생 이름으로 택배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라며 “택배상자에 붙는 운송장 번호를 암호화해서 개인정보 노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운송장에 적힌 개인정보는 충분히 범죄에 이용될 수 있지만 소홀하게 관리되는 게 현실”이라며 “택배나 배달이 왔을 때 개인정보가 적혀있는 것들을 버릴 때 완전히 찢어버리는 등 범죄예방을 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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