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국산전투기 ‘KF-21’ 마침내 공개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9일 22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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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세대 전투기 별칭 ‘보라매’
DJ “국산전투기 개발” 선언 20년 만
문 대통령 “안창호·임시정부 꿈 이뤘다”
인니 분담금 미납 해결·핵심무장 개발 관건

9일 오후 2시 54분경 경남 사천 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 웅장한 음악과 함께 무대 스크린이 양 옆으로 갈라지며 최초의 국산 전투기인 한국형전투기(KFX)가 모습을 드러냈다. 푸른 조명을 받던 전투기는 무대 정중앙으로 이동하며 진회색 동체를 뽐냈다. 길이 16.9m, 높이 4.7m, 폭 11.2m의 이 전투기 수직꼬리날개엔 시제1호기를 뜻하는 ‘KF-21 001’이 적혀 있었다.

이날 KF-21 시제기 출고는 2001년 3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국산전투기 개발을 선언한 지 20년 만이자 2015년 KFX 사업에 착수한 이래 5년여만의 성과다. 개발이 완료되면 한국은 세계에서 13번째로 자국산 전투기를 개발한 국가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KFX의 고유명칭은 ‘KF-21’(21세기 한반도를 수호할 국산전투기), 통상명칭(별칭)은 ‘보라매’로 결정됐다.

●2032년까지 120대 실전 배치
문재인 대통령은 시제1호기에서 내린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양윤영 대위와 주먹인사를 한 뒤 축사에서 “우리도 우리 손으로 만든 첨단 초음속 전투기를 갖게 됐다. 세계 8번째 쾌거”라며 “자주국방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항공 산업 발전의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이어 “2028년까지 40대, 2032년까지 모두 120대를 실전 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도산 안창호 선생을 비롯한 선각자들과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광복군에 공군을 창설하는 꿈을 꿨다”며 “우리 손으로 우리하늘을 지키자는 선조들의 꿈을 오늘 우리가 이뤄낸 것”이라고 했다.

첫 국산전투기 공개행사인 만큼 내부 모습과 태극기, 수출 대상 국가들의 국기 등이 담긴 화려한 ‘미디어 파사드’(외벽 영상)가 KF-21 동체 측면에 구현됐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KF-21의 설계와 제작을 담당한 KAI, 방위사업청, 민간기업 연구원 20명을 일일이 호명하며 공적을 나열하기도 했다.

음속의 1.8배에 달하는 비행속도와 7.7t의 무장을 탑재할 수 있는 KF-21은 미국의 F-35 등 스텔스기(5세대)를 제외한 4.5세대급 전투기로는 최고 사양을 갖췄다. 특히 동체 및 날개가 레이더 반사를 줄이는 스텔스 형상으로 만들어져 언뜻 F-22(랩터) 스텔스기와도 외형이 유사하다. 스텔스기로 개발되진 않았지만 관련 기술이 적용·설계돼 5세대 전투기로 진화할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물론 양산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단 1년여의 지상시험과 내년 7월부터 4년간 2200여 회의 비행시험을 거쳐야한다. 2026년까지 기본 비행성능과 공대공 전투능력을 개발하는 데만 8조1000억 원이 투입됐다. 2028년까지 공대지 등 추가 무장시험을 거치는데 드는 7000억 원을 합치면 총 개발비용은 8조8000억 원. 양산비용까지 18조6000억 원에 이른다. 무엇보다 ‘전투기의 눈’인 에이사(AESA) 레이더 등 핵심장비를 국산화했고, 개발비용의 65%를 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니 분담금 미납·공대지미사일 개발 변수 여전
KFX 사업은 고비의 연속이었다. 연구 단계부터 “막대한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나왔고 정권과 평가기관에 따라 판단이 뒤바뀌면서 사업타당성 조사만 7번이나 이뤄졌다. AESA 레이더 등 핵심 장비의 기술 이전을 미국이 거부하면서 한때 무산 위기를 겪은 적도 있었다.

총 개발비용의 20%인 1조7338억 원을 부담하기로 한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미납 문제는 여전히 사업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재까지 인도네시아는 목표치보다 6044억 원을 미납했다. 게다가 지난해 말 우리 정부에 분담금 지분 축소와 50억 달러 차관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져 KFX 공동개발에 끝까지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8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 간 회담에서도 분담금 문제에 대한 협의는 이뤄지지 않아 단기간 해결이 어려울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KF-21에 탑재될 핵심무장의 성공적 개발도 관건이다. 만약 2028년까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독자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KF-21이 생산됐는데 핵심무장에 공백이 생기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통상 4.5세대급 이상의 전투기 구매를 희망하는 나라들은 전투기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탑재를 기본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게다가 우리 군의 기존 F-15K 전투기 성능개량에 5조 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비용을 깎는 대신 반대급부로 KF-21과 동일한 4.5세대급 전투기인 미 보잉사의 F-15EX 전투기를 도입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군 소식통은 “F-15EX 전투기 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KF-21 양산 대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가격상승은 수출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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