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억류’ 한국 선박 석방 확인…“나쁜 기록 없어”

  • 뉴시스
  • 입력 2021년 4월 9일 1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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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외무부 대변인 "나쁜 기록 없어 석방 결정"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과 맞물려 억류 해제

이란 정부도 억류하고 있던 한국 화학운반선 ‘한국케미 호’와 선장을 석방했다고 확인했다.

IRNA, 메흐르통신 등에 따르면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억류한 선박의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선박 소유주와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배를 석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선박과 선장이 역내 규정 위반과 관련한 ‘나쁜 기록’이 없었기 때문에 검찰이 석방을 명령했다고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전했다.

그는 “이란은 페르시아만과 오만해에 긴 해안지대를 보유한 나라로서 환경 보호 관련 규정을 포함한 해양 규정의 철저한 준수를 강조한다”면서 “이에 관한 모든 위반 사항을 감시하고 후속 조치를 취한다”고 말했다.

우리 외교부는 앞서 “지난 1월 4일부터 이란 당국에 의해 억류돼 이란 반다르압바스항 인근 라자이항에 묘박 중이던 우리 국적 선박과 선장에 대한 억류가 오늘 해제됐다”고 밝혔다.

선박 위치 정보 웹사이트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의하면 한국 케미호는 이날 이른 오전에 이란의 반다르압바스항을 출항했다.

이란 최정예부대 혁명수비대는 1월 4일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항해 중이던 한국 국적의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한국 케미호를 나포했다.

이란은 선박의 반복적인 환경 오염과 공해를 나포 이유로 들었지만 한국케미 측은 이를 부인했다.

이란은 2월 2일 선원 20명 중 19명을 석방했다. 한국인 선장은 해양 오염에 관한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억류를 계속했다가 이번에 풀어줬다.

이란 외무부는 이달 5일 선장의 범죄 기록이 없으며 “모든 조사가 선박을 돕고 있다”며 석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각에선 이란이 한국 유조선을 나포한 이유가 미국의 이란 제재로 한국 내 동결된 이란산 원유 수출 대금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었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 여파로 한국 시중은행 계좌에 묶인 70억 달러 규모(약 7조 6860억원)의 원유 수출대금 동결 해제를 요구해 왔다.

AP통신에 따르면 익명의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 내 이란 동결 자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국 정부의 의지가 선박 억류 해제 결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란 측이 동결 자산 문제가 한국 혼자만의 역량과 노력으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과 얽힌 문제라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설명했다.

선박 석방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과 미국 등 이란 핵합의(JCPOA· 포괄적공동행동계획) 참가국들 간 협상 재개를 앞두고 이뤄졌다.

P5+1(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독일) 는 2015년 7월 이란과 JCPOA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이란은 핵무기에 쓰일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개발을 포기하고 서방은 이란 제재를 해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는 그러나 이란이 비밀리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며 2018년 JCPOA를 탈퇴하고 자체적인 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란도 이에 반발해 핵미사일 활동을 서서히 확대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란이 다시 핵합의를 준수하면 JCPOA를 복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이 먼저 제재를 풀어야 한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런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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