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리의 잇(IT)트렌드] NFT는 디지털 예술가의 새로운 기회인가?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4월 9일 13시 42분


코멘트
전국 직장인, 그 중에서도 열정 하나만으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대리님들을 위한 IT 상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점심시간 뜬금없는 부장님의 질문에 난감한 적 있잖아요? 그래서 저 송대리가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부장님, 아니 더 윗분들에게 아는 ‘척’할 수 있도록 정보 포인트만 쏙쏙 정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테슬라, 클럽하우스, 삼성, 네카라쿠배 등 전세계 IT 소식을 언제 다보겠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피곤한 대리님들이 작게나마 숨 한번 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1. ‘테슬라 대표인 일론 머스크의 부인 그라임스가 NFT로 된 디지털 작품을 600만 달러에 팔았다’라는 얘기가 있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말 그대로입니다. 테슬라 부인인 그라임스가 20분만에, 정확하게는 580만 달러(65억원)라는 거금에 디지털 작품을 팔았습니다. 아, 참고로 그라임스는 가수이기도 합니다. 친오빠와 함께 작업한 영상 작품을 판매한 것인데요. 디지털 영상과 그라임스의 음악을 더한 디지털 퓨전 작품 10점을 온라인 경매를 통해 팔았습니다. 그림, 음악 그리고 그라임스라는 셀럽의 이름 값 등을 NFT 안에 담았죠.

출처: 그라임즈 트위터
출처: 그라임즈 트위터

2. 셀럽이 예술 작품을 만들어서 팔았다는 얘기까지는 이해했다. 그런데 NFT가 뭔데?

NFT는 ‘Non-Fungible Token’이라는 단어의 약자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입니다. 잘 이해하기 어렵죠? 쉽게 풀어봅시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 기존 가상자산과 달리 디지털 자산에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해 상호교환할 수 없는 특징을 지닙니다. 블록체인하면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이 비트코인인데요. 비트코인을 예로 들어보죠. 대리님이 가지고 있는 1비트코인은, 부장님이 가지고 있는 1비트코인과 가치가 동일합니다. 즉, 서로 대체할 수 있는 토큰이죠. 그런데, NFT는 각각의 토큰이 다른 토큰과 대체할 수 없는 별도 인식 값을 가집니다. 내가 가진 1 NFT 토큰과 부장님이 가진 1 NFT토큰은 서로 다른 가치를 지닌거죠.

블록체인 원장 거래기록 관리 방식, 출처: 테사
블록체인 원장 거래기록 관리 방식, 출처: 테사

이걸 어디에 쓰냐. 앞서 언급한 디지털 작품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라임스의 디지털 작품을 NFT로 등록해 다른 어떤 토큰으로도 대체할 수 없도록 고정시키는 겁니다. ‘이건 내꺼!’라는 도장, 장부 같은 거랄까요. 그리고 파는 겁니다. 다른 사람에게. 이걸 산 사람이 누구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죠. 즉, 그라임스의 디지털 작품의 주인은 나라는 걸 온 세상에 인증하고 공표하는 셈입니다.

이걸 기억하셔야 합니다. 블록체인하면 코인, 토큰부터 떠올리는데요. 블록체인은 사실 ‘공공 거래 장부’에 가깝습니다.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장부에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여러 대의 PC에 이를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이죠. 핵심은 여러 대의 PC입니다. PC 1대를 해킹해 기록을 바꿔도 다른 수많은 PC에는 원래 기록이 남아있죠. 즉, 위변조를 막는데 활용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기술입니다.

3. 디지털 작품이라는 것은 누구나 복사할 수 있고,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웹에서 다 볼 수 있는 거 아냐? 그걸 왜 대체할 수 없다는 건데?

맞습니다. 모나리자를 생각해보죠. 모나리자 원본은 1개이지만, 여러 사람이 관람할 수 있죠. 제약이 없습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에만 방문하면 되죠. 그럼 이렇게 물어보죠. 모나리자는 누구 것일까요? 작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것일까요? 소유주가 누구인지를 찾아보자는 겁니다.

NFT는 이 소유주를 가릴 수 있습니다. 전세계 77억 명이 다 보더라도, 주인은 정해져 있다는 거죠. 그걸 NFT로 지정하는 겁니다. ‘이거 내 꺼야!’할 수 있는 거죠. 소유주이기 때문에 당연히 팔 수도 있습니다. 팔 때 가격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죠. 엄청난 부호가 나타나 예상치 못한 비싼 가격에 사갈 수도 있습니다.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 달러(약 785억 원)에 판매된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출처: AFP연합뉴스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 달러(약 785억 원)에 판매된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출처: AFP연합뉴스

뭔가 번뜩하죠? 네. 그겁니다. 재테크를 할 수 있죠. NFT를 구매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입니다. 물론, 꼭 재테크 때문에 구매하는 건 아닙니다. 단순한 소유 욕구 때문일 수도 있죠.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작품을 돈 주고 사는 거죠.

4. 그럼 누구나 그림을 그려서 팔 수도 있나?

물론입니다. 지금도 누구나 그림을 그려서 팔잖아요? NFT하지 않았을 뿐이죠. 아, 혹시 나도 NFT를 판매할 수 있다는 질문이었나요? 이 역시 답은 같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우선 가상자산 지갑과 연동부터 합니다. 가입 자체는 매우 간단합니다.

다음에는 직접 그린 작품이나 저작권/소유권을 가진 작품을 업로드합니다. 이미지, 영상, 3D 파일 전부 상관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작품 가격과 판매 방식을 정합니다. 고정된 금액으로 팔것인지 아니면 경매 입찰을 통해 가격을 정할지 결정하면 됩니다. 로얄티를 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아,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판매될 시 2.5%라네요.

어제 필자도 작품 하나를 올려봤습니다. 필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첫 영상인데요. 네. 예상하셨겠지만, 팔지는 못했습니다. 아, 한가지 더. 업로드는 무료이지만, 판매하려면 이더리움 가스비, 즉 이더리움 네트워크 사용 수수료를 먼저 내야합니다. 이는 100불(약 11만 원) 정도입니다. 한번 정한 판매 금액을 다시 변경하려면, 가스비는 또 내야 하더군요.

송대리가 NFT로 판매하고 있는 작품, 출처: 송대리
송대리가 NFT로 판매하고 있는 작품, 출처: 송대리

5. NFT와 유사한 다른 서비스도 있나?

사실 이미 소유권을 분배해서 구매하는 플랫폼이나 서비스는 이미 있습니다. 현재 NFT 이슈와 함께 주목받는 플랫폼이 하나 있는데요. 테사라는 국내 회사입니다. 미술품을 구매해 NFT로 여러 명에게 분할 판매하는, 일종의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술품을 분할 소유하는 개념이죠.

뱅크시나 키스 해링 등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1,000원으로 구매하고 ‘이거 내가 산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가격 부담을 없애고 접근성과 유동성을 내새웠다는 평입니다. 아무나 작품을 올려서 구매하는 것은 아니고, 기존 경매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작품을 주로 서비스하고 있죠.

테사 앱 모습, 출처: 테사
테사 앱 모습, 출처: 테사

최근 필자가 주식을 시작했는데요. 테슬라 같은 주식은 1주 가격도 꽤나 비싸죠. 때문에 1,000원 단위로 나눠서 매수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테사라는 플랫폼 역시 자신이 가능한 만큼만 미술품을 분할 소유하는거죠.

6. 국내 아티스트들의 반응은 어떤가?

국내 작가들도 조금씩 작품을 올려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걸그룹 2NE1의 앨범 아트웍과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마리킴 직가도 ‘Missing and found’를 NFT 경매에 나섰죠. 5,000만 원으로 시작해 288 이더리움(한화 약 6억 원)에 판매됐습니다. 시작가 대비 11배 이상 올라간 가격죠.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CJroblue(최정현) 작가에게 연락해 NFT에 대한 의견을 좀 물어봤습니다. 최 작가는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판매할 수 있는 자리가 생긴 겁니다. 이를 통해 한번 더 주목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매우 기뻐요. 현재 NFT가 거품일지 모르지만, 크게 상관 없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생태계는 더 많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답하더라구요. 전세계 수많은 디지털 작가들에게 NFT는 하나의 더 큰 시장을 열어 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7. NFT를 이용해서 판매하는 것들은 그림말고 무엇이 있나?

앞서 설명한 미술품 말고도 다양합니다. 우선 스포츠 관련 분야가 있죠. 대리님들 중 어렸을 때 NBA 선수 카드를 모았던 분이 있은지 모르겠네요. 네. 그겁니다. 스포츠 선수의 사진이나 유명한 영상을 NFT 로 판매하고 있죠.

K리그는 NFT를 활용한 디지털 선수 카드 2021 시즌 버전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소레어’라는 회사와 라이센스 협약을 맺고, 2019년 12월 런칭했던 이력이 있죠. 소레어는 리버풀, 레알 마드리드 외에도 K리그, J리그 등과 협약하고 서비스하는 회사인데요. 2020년 K리그 선수들의 카드 거래 규모는 28만 달러(한화 약 3억 2,000만 원)였으며,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한 선수는 주니오(당시 울산)였습니다. 2020시즌 득점왕인 주니오의 유니크 카드는 $2,800(한화 약 320만 원)에 거래되었죠.

올해는 NFT로 인해 더 많이 관심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상이긴 하지만, 2021 K리그 선수 카드 가격은 조금 더 비싸지지 않을까요.

이 외에도 대털, 돌아온 럭키짱 만화로 유명한 김성모 작가도 몇몇 작품을 NFT로 판매할 예정입니다. 김 작가가 데뷔할때부터 남겼던 스케치, 직접 채색한 만화 표지 일러스트 등인데요. 한가지 느낀 점은, 아무 작품이나 영상이 아니라 나름 의미있는 작품을 선보인다는 것입니다.

아,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도 NFT를 판매했죠. 2006년 자신이 올렸던 트위터 1호 메시지 ‘방금 내 트위터를 설정함(just setting up my twttr)’이라는 트윗을 NFT화해 290만 달러(한화 약 32억 원)에 판매했습니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의 첫 트윗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의 첫 트윗

8. 음… 이거 거품 아냐? 그리고 이미 유명한 사람인데, 괜히 더 유명하게 만드는 것 같은데.

‘혁신인가 사기인가’라는 주제로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 미술 시장이 흔들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죠. 현실은 많은 행동들이 전부 NFT를 향합니다.

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도 서울옥션블루와 NFT로 진출했습니다. 올해 3분기까지 NFT디지털 미술품을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는데요. 서울옥션이 작가를 발굴하고, 서울 옥션블루가 기술개발을 담당합니다.

지금까지는 원래 유명인들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NFT에서 탄생하는 신인 아티스트들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NFT 확산으로 신인·무명 작가들의 활동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주장하죠.

송태민 / IT전문가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대기업까지 다양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현재 KBS 라디오 ‘최승돈의 시사본부’에서 IT따라잡기 코너를 담당하고 있으며, '애플워치', '아이패드 미니', '구글 글래스' 등의 국내 1호 구매자이기도 하다. 그는 스스로를 IT 얼리어답터이자 오타쿠라고 칭하기도. 두 딸과 ‘루루체체 TV’ 유튜브 채널, 개그맨 이문재와 ‘우정의 무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어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이며, IT 전문서, 취미 서적 등 30여 권을 집필했고, 음반 40여장을 발표했다.

정리 /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