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탸냐후, 차기 총리 지명됐지만…연임 성공 여부는 ‘글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6일 23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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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장수 총리인 베냐민 네타냐후 현 총리(72)가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명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열린 총선서도 과반 달성에 실패했고, 뇌물수수 등 부패 혐의 재판이 최근 재개되면서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으나 가까스로 기사회생 기회를 부여받았다. 다만 현재 정당별 의석수를 고려할 때 연립정부 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아직까진 이스라엘 차기 총리를 쉽사리 점칠 수 없다는 분석이 많다.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네타냐후 총리에 차기 연정 구성권을 부여키로 했다고 이스라엘 매체 타임즈오브이스라엘 등이 보도했다. 의원내각제인 이스라엘은 대통령이 총선 이후 연립정부 구성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당의 대표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도록 돼 있다. 이날 리블린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치러진 총선서 의회 120석 중 과반(61석)을 차지한 정당과 후보가 없어 의원 추천에 따라 후보자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리블린 대통령은 5일 원내 진출 정당들을 만난 자리서 총리직 지명 추천을 받았는데, 현 네타냐후 총리가 전체 120석 의원 중 52명의 지지를 얻어 가장 많은 수의 추천을 확보했다. 반네타냐후 연합을 이끄는 예시 아티드당 야이르 라피드 대표(58)는 45명 의원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이로써 네타냐후 총리는 앞으로 최대 42일 동안 연정 구성에 나선다. 연정 구성 시한은 지명일로부터 28일까지인데 연정 구성 실패시 14일 추가로 구성 시한을 연장할 수 있다. 이 기간 내에 연정 구성에 성공할 경우 총리직을 연임하게 된다.

다만 실제 연정 구성 가능성을 놓고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지난달 23일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서 네타냐후가 이끄는 우파 리쿠드당은 전체 120석 중 30석을 얻었다. 이를 친네타냐후 연합으로 확대해도 52석에 불과하다. 반네타냐후 연합과 중도정당 등에서 9석 지지를 확보해야 하지만 극우 정당 야미나(7석), 아랍계 정당 람(4석) 등 이해관계가 다른 정당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만만찮다. 정당별 지지기반이 워낙 다르다 보니 이들 세력의 정치적 결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리블린 대통령도 총리 후보자 지명 발표 자리에서 “어떤 후보도 현재로선 쉽사리 연합을 이룰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발언해 연정 구성 실패와 재총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리블린 대통령은 총리 후보자 지명 발표시 후보자와 동석하는 관례도 깨고 이날 발표도 단독으로 진행했다. 이스라엘선 최근 2년간 예산안 처리 불발 등으로 인해 연정 구성이 깨지면서 올해 3월까지 총 4차례나 총선을 치렀다. 만약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 구성에 실패할 경우 재총선이 치러진다.

연정 구성에 나서야 하는 네타냐후 총리로선 이달 4일부터 재개된 개인 부패 혐의 재판도 부담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등에게서 고급 샴페인 등 약 20만 달러(2억 20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현지 최대 포털사이트 왈라에 친정부 기사를 쓰도록 압박한 혐의 등으로 2019년 이스라엘 검찰에 기소됐다. 5일 치러진 공판에서 포털사이트 왈라 관계자는 “뉴스 편집진이 네타냐후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빗대 ‘김’으로 불렀다”며 정부 측 압박 사실을 시인했다. 개인 부패혐의 재판이 길어질수록 반네타냐후 여론이 커지고 연정 구성이나 재총선 국면도 불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1996년~1999년에 이어 2009년부터 지금까지 총리로 재직해 재직기간만 15년 1개월에 달하는 이스라엘 역대 최장수 총리다.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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