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둑한 보너스에 연봉인상에도…‘노조설립 바람’ 거세지는 IT 업계

  • 뉴스1
  • 입력 2021년 4월 5일 0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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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에 노동조합 설립 바람이 불고 있다. 올 들어 ‘혁신의 본고장’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무노조 경영 불문율이 깨지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반사이익을 누린 국내 IT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고 부족한 개발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 연봉을 대폭 올렸지만 되레 노조 설립의 빌미가 되고 있다. 거둔 이익 대비 보상이 적다는 불만이 커지면서다. 소수에게 집중되는 처우 탓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크다.

반면 IT기업들은 지난해 거둔 막대한 이익이 코로나19로 인한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에 대비하고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에 사용해야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뮤’와 ‘R2M’ 등 게임으로 널리 알려진 웹젠 소속 일부 직원들은 노동조합 설립을 준비 중이다. 노조 설립이 이뤄질 경우 지난 2018년 게임업계에서 처음으로 노조가 설립된 넥슨, 스마일게이트, 엑스엘게임즈에 이은 게임업계 네 번째 노조가 된다.

이번 웹젠의 노조 설립 움직임은 최근 시행된 연봉인상이 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웹젠은 임직원의 ‘평균’ 보수를 2000만원 올렸다고 사내 공지했는데, 급여 인상 폭이 직원별로 큰 차이를 보인 것이다. 연차가 낮은 직원들은 2000만원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인상률을 적용받았으나, 임직원들이 받은 거액의 성과급으로 인해 평균 보수가 큰 폭 상승했다는 불만이 폭발적으로 터져나왔다.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에서 노조가 출범했고, 같은달 23일에는 한글과 컴퓨터에서 2004년 노조 해산 이후 17년 만에 노조가 부활했다. 지난 2월 25일에는 LG전자에서도 사무직 직원들이 중심이 된 제3노조가 출범한 바 있다.

기존 게임업계 등 IT업계에 노조 설립이 필요하지 않다는 분위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통상 IT업체들 직원들은 타 업권 대비 근속연수가 짧다. 또 노조 설립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기업도 많지 않으며,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IT업계의 최대 단점으로 꼽힌 야근 역시 대폭 줄어든 상황이어서 노조 설립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IT기업들마다 임원들의 성과급을 적게는 수억, 많게는 수십억씩 챙겨준 데 반해 직원들은 1000만원 전후로 지급한 곳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팽배해졌다. 최근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IT업계를 강타한 거액의 성과급 지급과 연봉인상 릴레이가 오히려 역풍이 된 셈이다.

한 노조 관계자는 “실력있는 개발자를 영입하기 위해 IT업계가 더 나은 대우를 약속하고 있는데, 임직원들의 보상은 제자리인 경우가 있다”며 “현재의 보상 수준이 어떤 기준인지 알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지켜보는 IT기업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보다 더 성장하기 위해선 ‘투자’가 필수라고 판단해 더 많은 보상을 하기 어렵다는 게 기업들의 시각이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로 비대면화 바람이 강하게 불었던 만큼 단기적인 호황에 그칠 수 있다는 점도 관련 기업들의 고민을 더 깊게 만들고 있다.

또 기업들은 현재의 노조 설립 분위기가 전 IT업계로 ‘급물살’을 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하고 있다. IT업계 인력 특성상 이직이 잦고 타사와 공동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노조설립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빠르게 확산할 수 있어 각 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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