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전 마지막 5세트에 숨은 이야기들[강홍구 기자의 터치네트]

강홍구 기자 입력 2021-04-02 15:17수정 2021-04-0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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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는 이번 시리즈 유일하게 5세트까지 경기가 이어졌다. GS칼텍스의 3-0 일방적인 승리가 이어졌던 1,2차전과 달리 흥국생명은 3차전 인천 안방 팬들의 응원 열기 속에 경기를 최종 5세트까지 몰고 갔다. 1,2세트를 내주고도 3,4세트를 내리 따내면서 팀 팬들로 하여금 4차전에 대한 기대를 품게 했다. 물론 5세트는 아시다시피 GS칼텍스의 15-7 다소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지만.



5세트를 앞둔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에게 직접 물어봤다. 차 감독은 “4세트 중반부터 5세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선수들을 어떤 타이밍에 불러 들여서 휴식을 취하게 할지, 5세트 서브가 먼저냐 리시브가 먼저냐에 따라 어떻게 매치 업을 짤지 고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14-21에서 강소휘가 발목 통증을 느끼면서 미리 코트에서 빠져 나와 있던 가운데 차 감독은 16-23에서 러츠를 벤치로 불러 들였다.

자칫 5세트 분위기마저 흥국생명 쪽으로 넘어갈 수 있던 상황. 차 감독은 5세트를 앞두고 이번 시리즈 처음으로 오더를 바꿨다. 앞서 1차전 1세트부터 3차전 4세트까지 10세트 동안 바꾼 적이 없던 포메이션에 변화를 준 것.

5세트 전까지 10세트 내내 안혜진(1번)-강소휘(2번)-문명화(3번)-러츠(4번)-이소영(5번)-권민지(6번) 카드를 썼던 차 감독은 5세트에는 이소영(1번)-문명화(2번)-러츠(3번)-유서연(4번)-한수지(5번)-안혜진(6번)으로 순서를 바꿨다.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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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감독은 “5세트는 아무래도 초반 분위기를 잡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러츠가 레프트 자리에서도 강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라이트 쪽에서 풀어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5세트 첫 공격 득점에 성공한 러츠는 이후 전위 우측에 서게 됐다.

레프트 이소영을 러츠 다음이 아닌 세터 안혜진 다음으로 배치한 것도 차이가 있었다. 그동안 전위에서 흥국생명 브루나 등 장신을 주로 상대해야 했던 이소영이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세터 김다솔을 맞닥뜨릴 수 있게 한 것. 그 결과 이소영은 5세트에서만 1블로킹 포함 6득점했다. 차 감독은 “(이소영과 대각에 있던) 유서연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득점을 내주며 자리를 잘 돌려줬다”고 말했다. 일방적인 경기 흐름에 이 같은 차 감독의 고민이 담겨 있던 것.


숨은 이야기는 또 있다. 14-7 상황에서 경기를 끝내는 매치포인트는 러츠의 손 끝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 랠리를 돌아보면 세터 안혜진의 첫 세트(토스)는 센터 김유리에게 연결됐다. 김유리는 앞서 12-4에서 문명화와 교체 투입됐다.

미리 맞춰놓은 사인이 있었던 걸까. 이에 대해 차상현 감독도, 이소영도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안혜진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마지막 득점만큼은 유리 언니 손에 맡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옆에서 그 대답을 들은 차 감독은 “영웅도 역적도 네 손에서 나온다”고 농담조로 안혜진을 나무라고는 “고참인 (한)수지와 (김)유리가 코트 위에 선 채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림이 그대로 됐다”고 말했다. 이날만 총 16명의 GS칼텍스 선수가 코트를 밟았다. 그리고 GS칼텍스는 이날 여자부 첫 트레블(컵 대회, 정규리그, 챔프전 동시 석권)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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