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이성윤 황제조사’ 논란 자초…첫 수사도 전에 치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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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4월 2일 11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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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9일 오전 경기 과천정부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부터 공수처는 이틀간 부장검사를 선발하기 위한 면접 심사를 진행한다. 2021.3.30/뉴스1 © News1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9일 오전 경기 과천정부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부터 공수처는 이틀간 부장검사를 선발하기 위한 면접 심사를 진행한다. 2021.3.30/뉴스1 © News1
출범 두 달을 겨우 지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팀을 채 꾸리기도 전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친정권 성향으로 정권 겨냥 수사를 노골적으로 뭉개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핵심 피의자인 사건을 이첩받자마자 진행한 면담조사 경위 등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이성윤 황제조사’ 논란으로 김진욱 공수처장은 수원지검에 고발까지 됐다.

여당의 입법독주로 탄생한 공수처가 그 태생적 딜레마를 딛고 ‘정권 보위처’라는 야당의 비판을 일축하려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아야 하지만, 이미 공수처에 대해 ‘정권 수호처’라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김 처장은 2일 이 지검장에 관용차를 제공한 특혜 논란 관련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다만 대변인을 통해 “앞으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지 않도록 더욱 유의하겠다”고 했다. 김 처장은 이 지검장에게 자신의 관용차를 제공, 이 지검장의 출입 기록이 남지 않도록 은밀하게 과천 공수처 청사로 들어오게 한 이유에 대해 “보안상 어쩔 수 없었다”고도 해명했다.

김 처장의 이같은 짤막한 해명으로는 핵심 피의자에게 관용차를 제공해 은밀히 공수처 청사로 들어오게 한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지검장 본인이 요청하지 않았음에도 직접 불러 면담조사를 한 경위와 수사기관의 장이 자신의 관용차를 피의자에 제공해 출입기록을 남기지 않으려 한 배경에 이렇다 할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중요 피의자의 경우 차로 호송해오는 경우는 있지만 기관장의 관용차로 출입기록을 남기지 않으려 은밀히 ‘모셔오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그간 김 처장의 대응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7일 공수처장이 직접 이 지검장을 면담 조사한 사실은 같은달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간사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추궁하며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김 처장은 이 지검장의 면담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했지만, 이후 이 지검장은 본인이 직접 면담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한 언론을 통해 면담조사시 청사 출입기록과 관용차 제공 의혹 등도 제기됐는데, 그때마다 김 처장은 불쾌함을 표시하며 입증 자료가 있다고 맞섰다. 공수처 관계자도 취재진에 “공수처 흔들기다”라면서 ‘황제조사’ 논란과 의혹 제기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취지의 반격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다 전날 언론보도를 통해 폐쇄회로(CC)TV를 공개되며 상황이 반전됐다. 이 영상에는 지난달 7일 오후 3시48분쯤 과천 공수처 청사로부터 차로 3분가량 떨어진 한 도로에서 이 지검장이 두리번거리며 김 처장의 제네시스 관용차에 옮겨 타는 장면이 포착됐다. 1시간 20분가량 뒤인 오후 5시 11분쯤 이 지검장이 다시 그 장소에서 관용차에서 내리는 장면도 공개됐다.

‘이성윤 황제조사’ 논란은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이 특별히 요구되는 공수처에 치명상을 입혔다.

1호 수사를 해보기도 전에 공정성이 크게 훼손되며 앞으로 중요 사건마다 공정성 시비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김 처장이 이 지검장에 대한 조서도 없이 면담 일시와 장소, 면담자만 기록한 보고서만 작성한 점도 문제가 됐다. 이 지검장 본인도 수원지검 소환조사에 불응하면서 수차례 언론에 공개적으로 공수처 수사를 촉구해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김진욱 공수처장은 국기 문란 혐의로 수사중인 피의자 이성윤을 황제 영접해 공수처의 존재 이유와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렸는데 무슨 낯으로 자리를 지킬 수 있겠느냐”며 “즉각 사퇴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것이 본인도 살고 공수처도 사는 길이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김 변호사는 “다른 피의자들이 ‘나도 이성윤과 똑같은 대우를 해 달라’고 요구하면 안 들어줄 재간이 있는가”라며 김 처장을 몰아세운 뒤 “공수처장 관용차가 졸지에 피의자 의전차량이 되어 버린 상황에서 더 이상 무슨 수사를 논할 수 있겠는가”고 비판했다.

관련 고발 사건 수사도 지켜볼 대목이다.

앞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제보한 공익 신고인은 ‘수사보고서에 이 지검장과의 면담장소 등을 허위로 기재했을 수 있다’며 김 처장과 여운국 차장, 면담에 입회한 사무관 등을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이에 김 처장은 전날(1일) 수원지검에 이 지검장이 공수처에 출입한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등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일부 영상만 제출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 수원지검의 입장이어서 추후 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과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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