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사망 사고’ 충돌전 시속 95㎞…무슨 일 있었나

  • 뉴시스
  • 입력 2021년 4월 1일 15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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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아파트 지하주차장서 발생
테슬라 차량, 충돌 4초전 시속 95㎞ 질주
"100㎞ 되는 제로백 빨라…테슬라 2.9초"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대처 못할 수도"
사고 일어난 지하주차장 직선거리 148m
"직선구간 길다보니 충돌 후 사망 가능성"
"경찰, 정보공개 등 남은 의문점 풀어줘야"

경찰이 지난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급주택단지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테슬라 모델X 교통사고 원인을 운전자 조작 미숙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사고에 대한 의문점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차량이 주차장 벽면에 충돌하기 직전 운행 속도가 시속 95㎞인 것으로 조사됐는데, 아무리 조작 미숙이라고 해도 운전에 능숙할 가능성이 높은 대리운전 기사가 어떻게 지하주차장에서 시속 100㎞에 육박하는 속도로 달려 사망사고까지 냈는지는 경찰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및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이번 사고 발생 원인을 밝혔다.

국과수는 속도, 엔진회전수, 브레이크 작동 여부 등이 기록되는 사고기록장치(EDR)를 확인하려고 했으나 장치가 사고 충격으로 훼손돼 검사할 수 없게 되자 테슬라 측으로부터 텔레매틱스(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넘겨받아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찰은 “텔레매틱스를 분석한 결과 운전자 주장(차량 결함)과 달리 주차장 입구부터 충돌할 때까지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고 가속페달만 작동됐다”며 “특히 충돌 10초 전부터 (차량이) 가속을 시작, 4초 전부터는 가속페달이 최대치로 작동해 충돌 당시 시속 약 95㎞에 이른 것으로 분석됐다”고 했다. 브레이크 등 차량 제동시스템엔 기계적 결함이 따로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발표가 나오자 일각에선 사고 발생 경위에 일부 의문이 남는다는 반응이 나왔다.

일단 운전자의 단순 조작 미숙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기엔 충돌 직전 속도인 95㎞가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다수 고속도로 제한속도가 시속 100㎞이며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내부순환로 같은 자동차 전용도로의 제한속도가 시속 70~80㎞이다.

경찰은 이같은 의문과 관련해 사고 차종인 전기차의 특성을 언급했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전기차엔 회생제동 기능이 있어 일반 내연기관차와 엑셀 구동방식이 다르다”고 했다.

‘회생제동’ 기능은 운전자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속도가 빠르게 줄어드는 대신 이를 전력 에너지로 바꿔주는 기능이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차량 속도가 줄어들자, 이 기능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가 발을 떼는 대신 가속페달을 계속 밟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고 차량 종류인 전기차의 특성과 더불어 사고 장소인 주택의 지하주차장 특성상 차량이 과속을 해 사고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인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의 가속력이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빠르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일반 세단은 제로백이 8초, 제로백이 빠르다고 여겨지는 국산차도 5초대이다. 포르쉐 같은 스포츠카도 제로백이 3초대인데 전기차는 이보다 빠른 경우가 있다”고 했다.

‘제로백’은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을 뜻한다.

특히 테슬라의 제로백이 다른 전기차의 제로백보다 더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테슬라는 제로백을 2.9초대에 맞춰놔서 급작스럽게 빨라지는 차량 속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대처를 못할 수 있고 안정적으로 운전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 주택단지의 지하주차장은 직선거리만 148미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보통 지하주차장은 노선이 꼬불꼬불한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는 가속도가 붙기 전에 차량이 장애물과 추돌해서 사망사고까진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만약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라고 생각해 세게 밟았을 경우엔 직선 구간이 길다 보니 차 속도가 빨라져 충돌 후 사망 사고까지 이어졌을 개연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운전자들이 전기차 및 테슬라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 운전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교수는 “테슬라뿐만 아니라 일반 전기차도 승용차 같은 세단에 비해서 가속력이 상당히 빨리 붙는다”며 “특히 이런 차량은 과속이 되면서도 엔진에선 시끄러운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속도가 빨라져도 운전자가 이를 모를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사고 경위에 관한 의문이 확실하게 풀리기 위해선 경찰이 발표 자료의 근거를 보충해야 한다고 지적한 전문가도 있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텔레매틱스 데이터는 EDR보다 정밀도가 떨어진다는 게 주된 의견”이라며 “EDR이 소멸됐어도 경찰이 테슬라에서 받은 정보가 어떤 것인지 등을 정확히 공개해서 여러 의문점들을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9일 오후 9시43분께 한남동 한 고급주택단지 지하 2층 주차장에서 테슬라 모델X 롱레인지 차량이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하던 중 벽면과 충돌해 사상자 3명이 발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판사 출신 대형 로펌 변호사인 차주 윤모씨가 크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대리기사인 최모(60)씨와 단지 직원 1명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차주 윤씨는 윤 전 총장과 절친한 40년지기 친구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씨는 윤 전 총장과 충암고, 서울 법대 동기로 각각 판사와 검사로 법조계 생활을 했다.

한편 최씨는 국과수 감정 결과 이후에도 차량 결함에 의한 사고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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