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게이트’ 연루로 옥살이 했던 前 FBI 요원 숨져… 향년 90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31일 14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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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미국을 뒤흔든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돼 옥살이를 한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 고든 리디가 숨졌다.

31일(현지 시간) CNN은 전 FBI 요원이자 라디오쇼 진행자인 고든 리디가 90세의 나이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리디의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는 무관하며, 그전부터 다양한 질병을 앓고 있었다고 전했다. 리디는 숨지기 3주 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1972년부터 1974년까지 리처드 닉슨 행정부가 야당인 민주당을 상대로 불법 침입, 도청 등 온갖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건을 말한다.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법률 고문으로 일했던 리디는 1972년 6월 17일 밤 워터게이트 업무단지 내에 있는 민주당 선거운동 지휘본부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침입했다. 이 사건의 여파로 닉슨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됐고, 1974년 8월 닉슨은 대통령직에서 임기 도중 물러났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임기 중 사퇴한 유일한 사례였다.

리디는 닉슨의 정치적 라이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이른바 ‘젬스톤(Gemstone)’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리디는 당시 재판에서 “나는 후회하고 있다. 임무는 실패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강도 모의 및 음모, 도청 등의 혐의가 인정돼 징역 20년 형을 선고 받았다. 이후 징역 8년으로 감형 받았다.

감옥에서 나온 리디는 자신의 악명을 이용해 라디오 쇼를 진행하며 인기를 얻었다. 그는 TV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악역을 맡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고도 했다.

리디는 정계에서도 꾸준히 활동했다. 1998년에는 공화당 소속인 존 맥케인 상원 의원의 재선 캠페인을 위한 모금 행사를 열었다. 2007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맥케인 의원은 리디가 진행하는 라디오 쇼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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