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파출소장의 딸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썼다가 재심으로 무죄를 받은 정원섭 목사가 28일 별세했다. 향년 87세.
표창원 전 의원은 29일 자신의 트위터에 “20년의 옥고를 치른 후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사법 피해자 고 정원섭 님. 국가배상 받을 권리마저 억울하게 빼앗긴 아픔을 안고 영면에 드셨습니다”라고 정 목사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
영화 ‘7번방의 선물’ 주인공의 실제 모델인 정 목사는 1972년 9월 강원 춘천시 역전파출소장의 딸(당시 9세)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당시 만화가게 주인이었던 정 목사는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했으나 가혹행위에 못 이겨 범행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15년간 감옥 생활을 한 정 목사는 1987년 모범수로 석방됐다.
이후 동아일보가 2001년 1000페이지가 넘는 사건기록을 분석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만나 “협박에 못 이겨 거짓진술을 했다”는 등의 증언을 확보했고, 2001년 3월부터 10월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정 목사의 무고함을 알리는 기사를 보도했다.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는 이 사건이 고문 및 가혹 행위를 통해 받아낸 허위 자백으로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리고 재심을 권고했다. 정 목사는 재심을 거쳐 2011년 무죄판결을 확정 받았다.
정 목사의 이야기는 2012년 영화 ‘7번방의 선물’로 제작됐고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영화를 봤다.
정 목사는 2016년 허위 자백을 강요한 경찰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일부 승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목사가 마지막 소원이라고 했던 국가의 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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