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혐의 누명 썼던 ‘7번방의 선물’ 실제 주인공 정원섭 목사,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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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29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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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7번방의 선물’ 공식 포스터
영화 ‘7번방의 선물’ 공식 포스터
정원섭 목사. 동아일보DB.
정원섭 목사. 동아일보DB.

1970년대 파출소장의 딸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썼다가 재심으로 무죄를 받은 정원섭 목사가 28일 별세했다. 향년 87세.

표창원 전 의원은 29일 자신의 트위터에 “20년의 옥고를 치른 후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사법 피해자 고 정원섭 님. 국가배상 받을 권리마저 억울하게 빼앗긴 아픔을 안고 영면에 드셨습니다”라고 정 목사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

영화 ‘7번방의 선물’ 주인공의 실제 모델인 정 목사는 1972년 9월 강원 춘천시 역전파출소장의 딸(당시 9세)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당시 만화가게 주인이었던 정 목사는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했으나 가혹행위에 못 이겨 범행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15년간 감옥 생활을 한 정 목사는 1987년 모범수로 석방됐다.
정원섭 목사의 사연을 보도한 2001년 3월 22일자 동아일보 1면(사진)과 관련자 증언을 후속 보도한 같은 해 3월 27일자 지면.
정원섭 목사의 사연을 보도한 2001년 3월 22일자 동아일보 1면(사진)과 관련자 증언을 후속 보도한 같은 해 3월 27일자 지면.

이후 동아일보가 2001년 1000페이지가 넘는 사건기록을 분석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만나 “협박에 못 이겨 거짓진술을 했다”는 등의 증언을 확보했고, 2001년 3월부터 10월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정 목사의 무고함을 알리는 기사를 보도했다.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는 이 사건이 고문 및 가혹 행위를 통해 받아낸 허위 자백으로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리고 재심을 권고했다. 정 목사는 재심을 거쳐 2011년 무죄판결을 확정 받았다.

정 목사의 이야기는 2012년 영화 ‘7번방의 선물’로 제작됐고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영화를 봤다.

정 목사는 2016년 허위 자백을 강요한 경찰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일부 승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목사가 마지막 소원이라고 했던 국가의 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빈소는 경기 용인시 평온의숲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발인은 30일 오전 10시 30분이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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