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여혐·신상털이에 무방비 노출…코로나시대 ‘비대면 수업’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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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27일 0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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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수업이 1년째 이어지면서 익명성을 이용해 혐오표현과 차별을 일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교육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윤지선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교수의 수업에 외부인이 침입, 난동을 부린 사건이 대표적이다. 22일 오전 윤 교수의 강의 대화방에 신원미상의 A씨가 무단접속해 30여분간 혐오표현과 욕설, 음란사진 등을 올렸다. 윤 교수가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지만 A씨는 자신이 촉법소년이라며 욕설을 이어갔다.

윤 교수는 25일 “수업권을 침해하고 교수와 학생들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감을 준 자를 반드시 처벌하겠다”며 A씨를 업무방해, 모욕, 성폭력처벌법 등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고소했다.

앞서 17일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400여 명이 참여한 대규모 온라인 수업에 외부인 여러 명이 침입해 욕설과 일간베스트 용어를 올렸다. 심지어 이들 중 한 명은 교사의 얼굴이 나온 화면을 캡처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포하기도 했다.

외부인이 침입하지 않더라도 해당 수업의 학생이 강의 중 혐오표현을 내뱉은 사례도 있다. 22일 연세대 소속 신입생 B씨가 비대면 수업 중 인도 국적 강사에게 “난민이냐”고 발언한 사실이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 논란이 일었다.

학생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B씨는 “마이크가 켜져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친구가 무례한 말을 했다”며 “말리지 않은 것을 반성하고 있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일부 대학은 비대면 수업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경희대가 지난해 배포한 ‘비대면 수업 주의사항’에는 교수나 타 수강생 얼굴이 나온 화면을 캡처해 온라인에 게시·유포하는 행위, 성희롱 등을 하는 행위는 법적 처벌 대상이자 학교의 징계사항이라고 명시돼있다.

전문가들은 비대면 수업의 혐오표현과 차별은 법적으로 처벌 가능하다면서도 일차적으로는 예방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인 장윤미 변호사도 “비대면의 특성을 이용해 혐오표현을 하는 건 비겁하고 저열한 행위”라며 “여성을 폄훼하는 음란물을 올리거나 대상을 특정해 혐오표현을 했을 때 명예훼손과 모욕죄 등으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익명성에 숨어서 혹은 숨지 않고도 혐오표현을 하는 것 자체에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도 “혐오가 사회에 뿌리박혀 있어 기술적 문제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학교 차원에서는 비대면 수업 시 유의할 사항을 가이드라인으로 정리해 정기적으로 알려야 하고 학생들은 혐오발언을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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