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군수 전재산 38만원 신고…“작년엔 마이너스, 그나마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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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27일 0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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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 무안군수가 5월31일 청계면 모내기 현장에서 직접 이앙기를 몰며 농사일을 돕고 있다.(무안군 제공)2019.5.31/뉴스1
김산 무안군수가 5월31일 청계면 모내기 현장에서 직접 이앙기를 몰며 농사일을 돕고 있다.(무안군 제공)2019.5.31/뉴스1
‘전 재산 38만원’

지난 25일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대한민국 공직자들의 재산변동사항 신고내역을 일제히 공개한 가운데 김산 전남 무안군수의 재산은 38만4000원에 불과했다.

상당수 단체장들이 수십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여러 공직자들이 직위를 이용한 정보로 부동산 투기를 일삼은 사실이 알라져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기초단체장의 재산이 기십만원에 불과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김산 군수는 어쩌다 ‘가난한 군수’라는 명예롭지 않은 수식어가 붙었는지 그를 만나봤다.

25일 업무를 마감하는 오후 5시 무렵 잠깐 짬을 내 취재에 응한 김 군수는 ‘재산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물음에 “작년 재산공개 때에는 마이너스였다. 그나마 올해는 플러스로 올라서 다행이다”고 웃어보였다.

◇군수 아들 둔 85세 어머니는 아직도 구멍가게 운영

어머니와 배우자, 자녀 3명의 가장인 김 군수의 재산내역을 살펴보면 주로 어머니 앞으로 돼 있는 고향 무안 운남면의 논과 밭으로 총 자산은 3억5095만원이다.

85세인 어머니가 거주하며 운영하는 고향집의 조그만 슈퍼마켓 건물 7287만원, 자신이 살고 있는 무안 주택과 자녀들이 기거하는 광주 아파트를 합쳐 1억8396만원을 신고했다.

자동차는 자신과 배우자가 타는 쏘렌토와 아반떼, 사업을 위해 구매했던 화물차인 포터, 석유배달차, 그리고 축사 등을 합쳐 1억3216만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은 가족 모두를 합쳐 1억8372만원인 반면, 은행권 채무는 9억2344만원에 달해 전체 재산은 38만4000원을 신고했다.

김 군수는 “정치하기 전 돈사를 운영하면서 돼지 가격 하락으로 축협 등에 빚을 많이 졌다”며 “돼지를 키워도 인건비와 약품대 등은 만년 적자였고 사료비밖에 건질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 “기름장사 하면서 떼인 돈도 4억~5억은 될 것”이라며 “정치를 하면서 주변에서 안 갚은 경우도 상당수지만, 농민들이 하우스 농사를 짓다가 망하면 외상으로 당겨 쓴 기름값을 못 갚게 되고, 그게 거짓말이 돼 버린다”고 빚을 못 받은 이유를 당연시했다.

◇떼인 돈 4억~5억원…정치인 되니 오히려 안갚아

대학졸업 후 변변한 직장을 구하지 못했던 김 군수는 집 소유 밭과 논을 경작하며 양파와 마늘, 벼농사를 지었다.

그 때의 경험으로 지금도 농번기철이면 직접 이양기를 몰고 일손돕기에 나선다.

농사일에서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해서는 돈사를 지어 돼지를 키우고 농기계와 시설작물 재배에 필요한 기름배달 장사도 시작해 제법 돈을 모았다.

하지만 48세에 군의원에 당선돼 정치를 하면서는 수입이 줄어든데다 외상대금 상환이 안돼 살림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김 군수는 “큰 딸만 직장을 가지고 있고 나머지 2명은 아직 공부중이라 생활비가 많이 들어간다”며 “가난하지는 않지만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도 않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가끔 돈으로 유혹하는 사업가들이 접근하기도 하지만 단호하게 거절한다고 한다.

명절에도 일체의 선물을 받지 않아 어머니가 운영하는 가게로 배달오는 경우도 있지만 전부 반납한다.

한 번은 농협에서 조합원들에게 주는 배당 물품도 반품해 농협이 난처하기도 했다.

◇“돈의 노예가 안 되려면 돈을 소중하게 사용해야”

김 군수는 어렸을 적 배운 밥상머리 교육을 아직도 가슴에 새기고 있다.

그는 “할아버지 밥상 자리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종손인 저와 일꾼 4명이 늘 한 상에서 식사를 했다”며 “할아버지는 고기 반찬이나 맛있는 음식은 늘 일꾼부터 챙기면서 식사를 했다”고 회상했다.

유년시절 할아버지로부터 배운 가르침으로 지금도 돈 보다는 사람을 중요시 여긴다고 말한다.

물론 돈을 하찮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직접 지갑을 열어서 1만원권과 5000원권, 1000원짜리 지폐가 가지런히 놓인 모습을 보여줬다.

김 군수는 광주·전남 29개 기초·광역단체장을 통틀어 가장 적은 38만원의 재산을 가지고 있지만 누구보다도 부유한 사람이었다.

그는 “군수가 되고 나서 자칫 돈을 무절제하게 쓰지 않을까 걱정하며 늘 아침에 출근할 때 20만원을 지갑에 채운 뒤 퇴근 후에는 얼마가 남아있는지 확인한다”며 “돈의 노예가 안 되려면 돈을 소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안=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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