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日요구에 ‘동해’ 표기 하루 만에 정정…곤혹스러운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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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26일 19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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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뉴스1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뉴스1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지난 2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며 사용한 ‘동해’ 표기를 일본의 항의에 하루 만에 ‘일본해’로 정정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일본이 반발할 때 우리 외교부가 적극적으로 ‘반박 논리’를 펼쳤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우리 외교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26일 NHK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전날 게재한 성명에서 ‘동해’가 아닌 ‘일본해’ 또는 ‘한반도 동쪽 바다’로 했어야 한다며 표기를 정정한다고 발표했다.

전날 마이클 카프카 대령 인도·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미국은 이날 오전 동해상으로(into the East Sea) 발사된 북한 미사일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일본은 즉각 반발하며 적극적으로 정정을 요청해 미군 인도·태평양 사령부의 정정 발표를 이끌어 냈다.

사카이 마나부 일본 관방부(副)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일본해가 국제적으로 확립된 유일한 호칭이라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우리는 이미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미국에 분명히 전달했고, 정정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그간 미국지명위원회(BGN)의 표기 방침에 따라 일본해를 사용해왔다. 우리는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거나 아니면 동해로 표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전달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혼란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무부는 지난 2011년 ‘동해·일본해 병기’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이 불거지자 일본해의 단독 표기를 인정하는 발표를 했다.

외교 소식통은 “우리는 동해 또는 최소한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 중이고 일본은 일본해가 맞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에 인도·태평양사령부가 동해라고 표기해 일본 측이 매우 놀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미국은 그간 BGN 표기 방침에 일본해로 명명해 왔고, 갑자기 바꾸면 군사 시스템 등에 있어 혼란이 발생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 외교부의 소극적 대응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일본이 적극 정정을 요청할 때 인도·태평양사령부에 ‘기존 성명을 바꿔 일본해로 표기 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식의 외교전을 펼쳤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편 외교부에 따르면 동해를 두고 역사적으로 16~18세기 초에는 한국과 연관된 명칭이 보다 빈번히 사용됐다. 그러다 18세기말부터 19세기 초부터는 주요 유럽국가 제작 지도를 중심으로 일본해가 보다 빈번하게 사용됐다고 한다.

일본은 이러한 사실에 기초해 일본해가 19세기 초부터 국제적으로 확립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국제 표준 지명을 결정할 수 있는 권위 있는 기간에 의해 특정 명칭이 표준 명칭으로 결정된 바 없기 때문에 이는 ‘억지’라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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