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새벽잠 안 설쳐도 된다” 무효화?…北도발 시작됐나

  • 뉴스1
  • 입력 2021년 3월 25일 1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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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이 대남·대미를 향해 거친 발언으로 외교담화에 나선 뒤 잇따라 두 번의 무력도발까지 감행하면서 계획된 듯 ‘착착’ 대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면서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의 초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25일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오늘 아침 함경남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군 당국은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탄도미사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위반에 해당한다. 북한은 지난 21일에도 제재에는 해당하지 않는 ‘순항미사일’을 서해상에 발사한 사실이 전날 우리 군 당국 및 외신을 통해 뒤늦게 밝혀진 바 있다.

순항미사일을 발사한지 나흘만에 사실상 수위를 높여 탄도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한 것이다. 당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3년 전에 한 “새벽 잠 설치지 않아도 된다”는 약속이 무효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2018년 3월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별사절단을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우리가 미사일을 발사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새벽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느라 고생이 많으셨다”며 “이제 더는 문 대통령께서 새벽잠을 설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북측은 이러한 무력도발에 나서기 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16일)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18일)을 통해 이미 남측과 미국에 ‘경고성’ 발언을 했다.

김여정 부부장이 미측을 향해 “발편잠을 자고 싶으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엄포를 두고 최선희 제1부상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북미 접촉이나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는 주장했다.

북측이 이렇게 외교 담화를 펼친 것이 북한이 무력도발을 감행할 예정에 따른 수순이었다는 해석인 셈이다.

당시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이 취임 이후 한반도에 처음으로 방한한 시기였다. 또 미중 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미중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북중 밀착’ 전략을 택한 북한이 치밀하게 타임테이블을 고려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계산된 행동을 했다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여정 부부장과 최선희 제1부상이 미리 대북적대시정책 및 대미 사대주의에 대한 경고를 했으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행보”라면서 “탄도미사일 발사는 바이든 정부의 반응을 탐색하기 위한 목적성이 짙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날 진행된 탄도미사일 도발은 기존에 계획됐다기 보다 지난 17일 말레이시아에서 돈세탁 등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북한 사업가가 미국으로 인도된 사건이 촉발한 도발이라고 보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 북한 외무성은 지난 19일 “무고한 우리 공민을 ‘범죄자’로 매도해 끝끝내 미국에 강압적으로 인도했다”라면서 “이번 사건의 배후조종자, 주범인 미국도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기존에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한 것에 대한 대응이었고, 최선희 제1부상의 담화는 블링컨과 오스틴 장관의 방한을 고려한 대미메시지였다”고 해석하면서 “그 이후 말레이시아 사건(17일)이 불거진 이후에 순항미사과 탄도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것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1일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후 한미 반응을 살폈지만, 한미 당국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크게 존재감이 과시되지 않자 이날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미 당국 반응이 북한의 의도다 ‘이슈화’되지 않자 수위를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특히 오는 4월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에 맞춰 그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미국이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 제재 완화의 가능성을 밝히는 등 전향적으로 대북정책을 수립할 가능성이 있다면 북측이 추가적으로 무력도발의 수위를 높이거나 낮출 여지도 있어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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