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송환된 첫 북한 국적자’ 문철명, 워싱턴 법정 출석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3일 15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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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말레이시아에서 미국으로 송환된 북한 사업가 문철명 씨가 22일(현지 시간) 워싱턴의 법정에 첫 출석했다. 그가 150만 달러가 넘는 자금을 불법 거래 혹은 돈세탁하는 과정에는 북한 정보기관 정찰총국도 연계돼 있다고 미국 법무부가 밝혔다.

법무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2년에 가까운 법적 절차 끝에 북한 국적의 문철명이 미국으로 송환됐다”며 “이는 북한 국적자가 미국으로 인도된 첫 사례”라고 밝혔다. 문 씨는 이날 워싱턴 연방법정에 출석했고, 6건의 불법 돈세탁 혐의를 받고 있다고 법무부는 전했다. 문 씨가 현지 당국에 2019년 5월 14일 체포된 이후 외국에 구금돼 있었으며 워싱턴 연방법원에 기소된 건 2019년 5월 2일이라고 적시했다. 다만 말레이시아라는 국가명은 언급하지 않았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문 씨는 북한에 사치품을 제공하기 위해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이용하면서 2013년 4월~2018년 11월 여러 위장회사들과 가짜 이름으로 등록된 은행계좌를 이용해 자금을 이체했다. 이 과정에서 미 금융망과 연계된 은행들을 통해 150만 달러가 넘는 미국 달러가 거래됐다. 문 씨의 활동은 미국과 유엔의 제재 대상인 정찰총국과도 연계된 것으로 법무부는 판단하고 있다.

존 디머스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제재 회피와 다른 국가안보 위협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의 법을 폭넓게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앨런 콜러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은 “FBI 방첩 활동의 가장 큰 어려움은 해외, 특히 북한의 피고인을 재판에 넘기는 것”이라며 “우리는 문철명이 정의를 대하도록 그를 미국으로 데려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이것이 (앞으로 미국으로 인도될) 많은 이들 중 첫 사례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문 씨 사건이 향후 북-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자유아시아방송에 “미국과 북한이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해 물밑 소통창구를 이용할 수 있는 시점에 북한의 국제적 망신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대북외교의 시점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문 씨의 신병인도가 김정은 정권의 체면 문제일 수 있다”고도 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긴장을 높이고 미국과의 협상에 응하지 않는 구실로 삼을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는 북한과의 관계에 손상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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