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대북제재 위반’ 북한 사업가 구금…北 강력반발 예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2일 14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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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북한 대사관에서 자동차 한 대가 나오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P/뉴시스
20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북한 대사관에서 자동차 한 대가 나오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P/뉴시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대북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말레이시아에서 체포, 미국으로 인도받은 북한 국적의 사업가 문철명(56) 씨를 구금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문 씨의 미국 내 신병 처리는 향후 북-미 관계의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불법 자금세탁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문 씨는 최근 말레이시아 대법원의 인도 결정에 따라 미국으로 넘겨진 뒤 20일 워싱턴에 본부를 둔 FBI에 구금됐다. 북한 국적자가 재판을 받기 위해 미국으로 송환된 첫 사례다.

문 씨의 변호사에 따르면 문 씨는 미국 내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정부의 인도 결정이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 (중단) 압박을 목적으로 정치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도 모두 부인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이와 관련한 언론의 질의에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말레이시아에서 10년 정도 거주해온 문 씨는 싱가포르 회사를 통해 술과 시계 등 유엔의 대북제재가 금지하고 있는 사치품을 북한으로 보냈고, 유령회사를 통해 돈세탁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워싱턴 연방법원은 2019년 5월 불법 자금세탁 혐의로 그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FBI는 말레이시아 정부에 문 씨의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 문 씨는 직후 현지에서 체포됐으나 미국으로 인도되는 것을 거부하며 2년 가까운 법정 공방을 벌였다. 말레이시아 대법원은 이달 초 최종적으로 인도 결정을 내렸다.

북한은 미국 내 문 씨의 구금과 재판에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9일 문 씨를 미국에 인도했다는 이유로 말레이시아 정부와의 단교를 선언했고, 미국을 향해서는 “배후조종자, 주범인 미국도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평양 말레이시아 대사관에 근무 중이던 북한 외교관과 가족 30여 명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48시간 이내 떠나라”는 요구로 단교 조치에 응수하자 이틀 만에 전원 철수했다.

이런 북한의 격한 반응으로 볼 때 문 씨의 재판 과정과 판결은 앞으로 북-미 간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문 씨에게 적용된 혐의가 대북제재 위반 관련이며, 북한 인사가 동남아에서 미국 본토로 인도된 전례가 유사 사건에도 줄줄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접촉 시도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최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우리와 마주앉기를 고대한다면 몹쓸 버릇부터 고치고 시작부터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훈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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