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와 유익한 대화”…‘알래스카 회담’ 성공적 평가, 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1일 19시 48분


코멘트
사진 AP 뉴시스
사진 AP 뉴시스
1박 2일간의 알래스카 미중 고위급 회담은 주요 현안에 대한 양 측의 입장차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미국과 중국이 예상보다 훨씬 강한 수위로 충돌하면서 양국 사이에 끼어있는 한국은 선택의 고민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19일(현지 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중국과의 전날 두 차례 회담에 이어 이날 오전 세 번째 회담까지 모두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심각한 우려를 중국과 공유하기를 원했고 우리의 정책과 우선순위, 전 세계의 시각에 대해 매우 분명하게 알리기를 원했다”며 “우리는 이 두 가지 모두를 했다”고 했다. 당초 목표했던 대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바라보는 관점과 문제 삼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는 것. 중국과 특정 사안에 합의하거나 협력할 공통 분야를 확인했다는 내용은 없었다. 공동성명이나 언론 발표문도 나오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회담 내용이 검토가 진행 중인 대중국 정책에 반영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중국과의 관계는 △경쟁적 △협력적 △적대적이라는 3가지로 나눌 수 있다는 게 블링컨 장관의 설명이었지만, 이번 회담으로 적대적인 분야에서의 충돌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양 측의 공개 충돌이 보도된 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애틀랜타로 가는 길에 관련 질문을 받고 “국무장관이 아주 자랑스럽다”며 힘을 실어줬다. 미국의 대중 강경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임을 확인하는 발언이었다.

양제츠(楊潔지)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솔직하고 건설적이며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며 “차이점도 여전히 있지만 양 측은 ‘무갈등’ 정책에 따라야 한다”며 향후 추가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중국은 막상 이번 회담을 성공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외교 ‘투톱’인 양 정치국원과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미국에 맞서 자국의 핵심이익을 지키는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언론 환추시보 20일 사설에서 “이번 회담은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한 장면이다. 세계인들은 중국이 미국과 공개적으로 맞대결한 한 장면으로 기억할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생각을 바꾸는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것”고 했다. 환추시보의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몰락하는 미국이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 강한 척 하려 했던 회담”이라며 “중국을 막겠다는 것은 환상이고, 중국을 궁지로 몰아넣겠다는 것은 몽상”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언론들도 예상 외로 강하게 나온 중국 측 태도를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회담은 전 세계의 가장 큰 두 경제, 기술 대국이 향후 글로벌 지형을 결정하게 될 현안들에 대해 점점 벌어지는 불신과 의견 불일치에 직면해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중국 측이 보인 태도에 대해서는 “미국의 외교적 압력에 굽히지 않는 전투적인 중국을 보여준 이례적 적의”라고 했다. 중국은 미국이 더 이상 기존의 글로벌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판단 속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를 처음으로 제대로 맛본 것 같다”고 평가했다. WP는 “양 측의 극적인 대치는 ‘포스트 트럼프’ 시대에 워싱턴이 추진하는 대중 정책 방향을 보여줬지만, 동시에 외교 무대에서 예측 불가능하고 때로 혼란스러운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내놨다.

양 측의 충돌은 미중 양국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비핵화 문제를 놓고 중국과 협력 전망도 밝지 않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 문제 등에 대해 “우리(미중)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외교 이슈”라고 했지만 뉴욕타임스는 “기후변화와 북한의 핵무기 등 협력할 여지가 있는 분야에서조차 협력할 의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