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지난주 비공개로 반기문 만나…대선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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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17일 14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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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6.25전쟁 70주년 설치미술 특별전 제막식에서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김은기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6.15/뉴스1 © News1
정세균 국무총리가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6.25전쟁 70주년 설치미술 특별전 제막식에서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김은기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6.15/뉴스1 © News1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2일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이하 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을 비공개 일정으로 만난 것이 확인됐다. 차기 대권 도전에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 정 총리가 반 위원장을 만나 ‘러브콜’을 보냈는지 관심이 쏠린다.

17일 총리실과 기후환경회의에 따르면, 정 총리는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기후환경회의 사무실에서 반 위원장을 만나 1시간가량 면담했다.

총리실 측은 이번 면담이 기후환경회의 등 환경과 관련한 대통령 직속 위원회들이 탄소중립위원회로 통폐합됨에 따라, 향후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데 있어 반 위원장의 역할을 논의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총리와 반 위원장의 면담은 훈훈한 분위기에서 이뤄졌고, 반 위원장은 면담이 끝난 뒤 엘리베이터까지 나와 정 총리를 배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권의 ‘잠룡’인 정 총리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반 위원장과 접촉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탄소중립을 논의하는 자리라면 굳이 비공개로 일정을 잡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 총리는 기업인 출신으로 ‘경제통’ 이미지가 부각되는 만큼 반 위원장과 접점을 만들어 외교 분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반 위원장은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참여정부에서 외교부 장관을 지냈고 2006년부터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국제적 네트워크를 쌓았다. 미국과 중국의 파워 게임이 격화하고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따라 미국의 대북정책도 새로 수립되는 만큼, 차기 대선에서 외교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 있다.

정 총리는 호남(전북 진안), 반 위원장은 충청(충북 음성)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역대 대선에서 충청권 민심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충청권 인구 증가와 함께 대선의 경쟁구도에서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둔 정 총리가 충청권의 대표적 인물인 반 위원장과 손을 잡아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호남 출신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충청 출신인 김종필 전 총리와 연합해 1997년 대선에서 승리하기도 했다.

시선을 더 멀리두면 잠재적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염두에 둔 포석이 될수 있다. 윤 전 총장은 충청권 연고를 갖고 있다.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충남 공주 출신이다.

아울러 반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에 공개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에서 정 총리가 문 대통령과 차별화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 대권주자들로서는 외연 확대를 위해 현 정부의 정책과 이념을 ‘비판적으로 계승’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반 위원장은 지난해 7월 ‘국회 글로벌외교안보포럼’ 창립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대해 정부 대처가 미온적이었으며, 대북정책을 진영논리에 갇혀 이념편향적으로 짜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해 광복절에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부는 평등과 공정, 그리고 정의를 국정 철학의 하나로 내세웠지만 이 가치가 정권 차원에서 그리고 선택적으로 주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우리 정치의 후진성이 5년 단임의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권력구조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차분한 마음으로 개헌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개헌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정 총리도 오래전부터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정 총리는 다음 달 재보선이 끝나면 총리직을 사임한 뒤 본격적인 대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정 총리가 대권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총리실 관계자는 정 총리와 반 위원장의 면담에 관해 “탄소중립에 관해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다른 목적은 없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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