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몰린 文정부 공정…LH특검, 대선 블랙홀 될까

이태훈 기자 입력 2021-03-17 11:40수정 2021-03-1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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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 소재 LH 본사. 진주=뉴시스
대통령 취임 이후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며 국정을 운영해온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이라는 대형 악재를 만나 임기 1년을 남기고 궁지에 빠졌다. 정치권에서는 여권이 이 사태를 수습하지 못한다면 당장 내달 7일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하는 것은 물론이고 1년 남은 차기 대선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LH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특별검사 도입과 국회의원 전수조사 카드까지 던진 것도 이번 사태를 조기에 진화하려는 안간힘으로 볼 수 있다. LH 사태는 특히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인 ‘평등, 공정, 정의’의 가치를 공공기관이 앞장서 짓밟았다는 점에서 국민적 분노가 여타 사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공정’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층에게는 그렇지 않아도 현 정부 들어 부동산 값이 폭등하면서 주거불안이 심화되고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는데 LH 사태가 민심이반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공정 가치를 강조한 문재인 정부 들어 오히려 불공정 이슈들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정권 초기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우리 선수들이 참여 기회를 잃었던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논란에 이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특혜 의혹,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란으로 정권이 강조하는 공정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던 차에 LH 사태가 결정타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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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를 유지하고 있던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5주 만에 30%대(37.7%)로 내려앉은 것도 LH 사태의 부정적 영향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연령대별 지지율에서 20대가 지난주보다 9.1%포인트 하락한 26.4%를 기록해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는데, 공정 가치에 예민한 젊은층이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선거 전에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않으면 여권의 기존 지지층인 젊은층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수습방안으로 내놓은 특검은 정부여당에 득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정부의 엄벌 의지를 강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한계가 지적된 정부 자체 조사와 경찰 중심의 정부합동수사를 보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여권은 정부의 진상규명 의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특검으로 올라가면 내달 재·보궐선거에 미치는 악영향도 어느 정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당장의 진정 효과에도 불구하고 재·보궐 선거 이후 특검 수사가 정국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다면 LH 사태가 내년 대선까지 여권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에서 이달 안에 특검법이 처리되면 준비기간과 수사시간을 합해 4, 5개월가량이 걸린다면 7, 8월경까지 특검 수사가 이어질 수 있다. 내년 3월 9일 예정된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9~11월경 대선 후보를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특검 수사가 본격적인 대선 정국과 맞물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앞으로 여야 간에 특검 수사 범위와 기간 등을 놓고 샅바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사 범위와 기간을 최대한 줄여 대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여당과, 수사 범위와 기간, 특검 수사팀의 규모를 최대한 키우려는 보수 야당 간의 ‘수 싸움’에 따라 정국에 미치는 파장이 달라질 수 있다. 문 대통령 임기 말에 도입되는 LH 특검이 대선 판도를 가르는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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