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수탁위, 삼전 안건 놓고 ‘내홍’…위원들 ‘항의 사퇴’

  • 뉴시스
  • 입력 2021년 3월 17일 1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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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위원들 "삼전 안건 수탁위에 넘겨라" 요청
기금본부, 투자위서 이미 10일 결정…공시 마쳐
수탁위, 기금본부 존중키로…위원들 '항의 사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산하 의결권 행사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가 16일 삼성전자 주주총회 안건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수탁위 일부 위원들은 중대 사안인 삼성전자 안건을 수탁위가 다뤄야 한다며 수탁위 상정을 요청했지만 기금운용본부는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논의를 끝냈다’며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열린 수탁위 회의에서 삼성전자 안건을 논의해 기금본부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결정했으나 수탁위 위원 2명이 회의 도중 항의 의사 표현 차원에서 사퇴하기로 하고 회의장을 떠나며 갈등이 봉합되지 않는 모양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위 위원들 3명(홍순탁 에셋인피플 대표 발의)은 전일 오후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삼성전자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이날 수탁위 회의에 상정하겠다고 전달했다.

수탁위 안건 상정은 수탁위 위원 3명 이상이 요청하면 가능해진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가 판단하기 곤란해 수탁위에 요청하거나 수탁위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장기적인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수탁위에 회부할 것을 요구하는 사안의 경우 수탁위에서 의결권 행사방향을 결정한다.

수탁위 위원들이 반발하는 것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내부 투자위원회를 통해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고도 수탁위에 이를 알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투자위원회는 이미 지난 10일 삼성전자 안건에 대해 심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수탁위 위원들은 삼성전자 안건이 다뤄진지 알지 못해 전일 오전까지도 수탁위 회의를 통해 처리될 것으로 예상했다는 전언이다.

아울러 수탁위 위원들이 전일 오후께 수탁위에 안건 상정을 요청했는데도 기금본부가 이를 패싱, 전일 오후 6시께 공시까지 마쳤다며 반발했다. 홍순탁·이상훈 수탁위 위원은 이날 회의 도중 사퇴 의사를 밝히며 회의장을 떠났다.

홍순탁 수탁위 위원은 페이스북에서 “위원들이 안건 회부를 요청하면 그 시점에서 모든 절차는 보류됐어야 한다”며 “공시에 대한 결재가 있었더라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활동과 관련된 규정에 근거한 권리가 행사됐다면 모든 절차는 보류되고 다시 숙고했어야 마땅하다”며 항의 표시로 위원 사퇴 의사를 전했다.

나머지 위원들은 표결을 하지 않고 합의해 기금본부의 삼성전자 의결권 행사 방향을 존중하기로 했지만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전일 삼성전자 사내·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모두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번 기금운용본부와 수탁위간 내홍의 쟁점은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이미 결정을 내린 사안에 대해 수탁위가 안건 상정을 요청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다.

통상적으로 수탁위 안건 상정은 기금운용본부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다. 기금본부가 다루기 까다로운 사안에 대해 보다 독립적인 외부기구인 수탁위에 안건 심의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물론 포스코 최정우 회장 연임안과 같이 수탁위가 기금본부 투자위원회 개최 이전에 직접 안건을 상정하겠다고 기금운용본부 측에 전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전부터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했을 경우이므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번 삼성전자 사안의 경우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삼성전자 사외이사 3명의 재선임,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반대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 12일 이후라 기금본부에 요청하기까지 시일이 급박했다는 게 일부 수탁위 위원들의 주장이다.

한 수탁위 위원은 “수탁위는 산하 전문위원회로서 기금본부와 카운터 파트 역할을 맡고 있어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며 “일단 떠난 수탁위 위원들을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하겠지만 기금본부의 절차상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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