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망론’이 내년 대선(3월9일)을 1년 앞두고 불붙기 시작했다. 대선 1년전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한 대권 주자가 대체로 당선된 과거 사례를 볼 때 ‘윤석열 대망론’이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15일 15대 대선부터 19대 대선까지 다섯 번의 대통령 선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선 1년 전 시점에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정치인이 대권을 거머쥔 적은 16대 대선을 제외한 총 네 번(김대중·이명박·박근혜·문재인)으로 당선 확률은 80%다.
유일한 예외가 16대 대선에서 당선된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 1년전 지지율이 1%대에 불과했으나 당의 국민경선을 통해 ‘돌풍’을 일으키며 후보로 선출된 후 정몽준 후보와 극적인 단일화 과정을 거치면서 대권을 거머쥐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선일 기준으로 1년전 여론조사에서 1위를 유지했으나, 반기문 당시 유엔사무총장이 부상하며 1위를 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기 전으로 1년후 대선이 치러질지 예상이 불가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탄핵정국이 본격화되고 반 전 사무총장이 출마선언 3주만에 자진 사퇴한 것을 계기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 공고해졌고 이는 그대로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졌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노 전 대통령 사례만 제외하면 대선 1년전 지지율 1위에 오른 후보가 대권을 거머쥐었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며 “윤 전 총장이 사퇴후 지지율 1위에 올라섰고 이를 공고히 하는 양상을 볼 때 당분간 그의 지지율이 쉽게 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TBS 의뢰, 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1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에 따르면,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37.2%, 이 지사는 24.2%,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3%를 기록했다.
지난 8일 같은 업체 조사 결과 32.4%로 1위로 올라선 윤 전 총장이 지지율 고공행진을 보이는 양상인데, 다른 업체 대비 보수적인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이같은 기조가 확인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조사한 ‘차기 대통령감’ 결과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사퇴 전보다 15%p 오른 24%를 기록해 이재명 경기지사와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윤 전 총장의 대망론이 사퇴를 기점으로 불붙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가능한 이유다.
‘윤석열 대망론’은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민주당 의원과 차이를 보인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로 임명된 후 지난해 1월 사퇴할 때까지 국민에게 안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대망론’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경쟁자로 꼽힌 김경수 경남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대권에서 멀어졌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대선 불출마를 확실히 하면서 진보층의 지지가 이 의원으로 쏠렸다.
그러나 이낙연 대망론의 유효기간은 1년 남짓이었다. 총리에서 물러나고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와 총선에서 맞붙어 승리했지만, 여당 대표로서 친문 눈치보기식 언행이 계속되면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의원의 하락세를 파고든 인물은 이 지사다. 이 지사는 지난해 8월 여론조사에서 이 의원을 제치고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 1위에 올라섰다. 같은해 7월 대권행보의 최대 장애물로 여겨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이 대법원에서 무죄취지로 파기 환송된 게 결정적이었다.
‘이낙연 대망론’이 지고 ‘이재명 대망론’이 발돋움하는 순간이었지만, 이 지사 대망론은 윤 전 총장이 확실하게 등장하면서 이 의원보다 오래가지 못했다.
현재 빅3 중 이 의원은 보궐선거라는 큰 관문 앞에 서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에 패배한다면 이 의원은 대망론의 불씨를 되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면 이 지사는 현직 광역단체장으로서 정치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보궐선거의 풍파에서도 상대적으로 비켜서 있다.
이 지사는 여권 후보로 드물게 윤 전 총장의 대항마로서 장점을 갖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권에 비판적인 중도층과 합리적 진보·보수층에서 이 지사에 대한 지지가 높아 윤 전 총장과 겨룰 만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 지사는 중도로의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현 정권이 LH사태 등으로 중도층의 외면을 받으면서 비주류 성향의 이 지사가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 지사는 여권 인물이나 권력에 저항하는 이미지가 있다”며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빠진다면 그만큼 이 지사의 지지율이 올라갈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급등하고 있지만 지속 가능성은 여전히 의문부호로 남아 있다. 대망론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제1조건으로 정당이라는 둥지가 필요하다. 27년여간 검사로 생활한 그가 대권에 직행한다면 아무리 법에 능통하더라도 정치·경제·외교·안보·사회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3지대에서 창당을 하든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들어가든 뒷배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 교수는 “윤 전 총장이 아무리 맷집이 좋다고 한들 모든 분야에서 공격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낼 수는 없다”며 “언젠가는 창당이든 입당이든 선택해 당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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