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사고 “세금 낼 돈 없다?”…이제 안 통해요

뉴시스 입력 2021-03-16 05:20수정 2021-03-16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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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체납자 가상 자산 정부 첫 징수
거래소서 2416명 계좌 받아 366억 걷어
평가액은 '압류 통지 일시' 가격이 기준
향후 추심 시점 정해 현금화…원화 징수
내년부터는 가상 자산 징수 용이해진다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 자산 투자자 수와 거래 대금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가상 자산으로 재산을 숨긴 체납자의 강제 징수를 정부 부처 최초로 실시했다.”

국세청이 체납자의 가상 자산 징수에 나섰다. 최근 가상 자산의 가격이 급등해 징수 수단으로 요긴히 쓰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수십억원어치의 가상 자산을 사들여 재산을 숨긴 뒤 “세금 낼 돈 없다”고 버티는 체납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게 됐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말~이달 초 가상 자산으로 재산을 은닉한 고액 체납자 2416명의 계좌를 열어 366억원가량을 징수했다. 가상 자산 거래소 계좌 압류 후 밀린 세금을 현금으로 지불하거나, “체납액만큼 가상 자산을 팔아 납부한 것으로 해 달라”는 체납자의 몫은 현금으로 징수하고, 나머지는 채권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국세청은 체납자의 가상 자산을 압류 통지서가 거래소에 도착한 일시의 가격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향후 추심 시점을 정해 가상 자산 거래소에 통보하고, 현금화한 뒤 원화로 징수할 예정이다. 현금화에 나서는 구체적 시점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세청은 “가상 자산의 가격 동향을 고려해 최적 시점에 현금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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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체납자 몫으로 징수한 가상 자산에는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등 다양한 암호화폐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징수법에서 초과 압류를 금지하고 있는 만큼, 체납액에 해당하는 몫만큼만 징수했다는 설명이다.


징수 대상 체납자 2416명 중 222명은 가상 자산 외 다른 재산도 은닉했다는 혐의가 드러나 국세청이 추적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가상 자산과 함께 최근 급등한 부동산 양도 대금 등을 숨긴 것으로 보인다. 추가로 숨긴 재산이 드러나면 압류 등 형태로 모자란 체납액만큼이 추가 징수될 전망이다.

국세청이 이렇게 가상 자산을 징수한 것은 지난 2018년 5월 대법원이 “가상 자산은 몰수 대상인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 재산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덕분이다. 그 뒤인 2018~2019년에는 가상 자산의 가격이 낮아 상황을 살피다가, 최근 급등해 “체납 자산으로서 가치가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는 전언이다.

국세청은 대부분의 시중 가상 자산 거래소로부터 체납자 계좌 정보를 넘겨받았다. 이번 징수에서는 체납자 본인 명의 계좌만 확인했다. 국세기본법에 있는 질문·검사권을 이용해서다. 거래소는 “계좌를 넘기면 투자자가 이탈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국세청은 “공정 세정을 위한 일”이라고 설득했다.

이번 징수는 국세청 징세과가 담당했다. 징수의 기획·분석부터 대상자 선정, 가상 자산 거래소와의 접촉까지 본청에서 처리했다. 전국에 있는 체납자와의 접촉 및 압류는 전국 지방국세청 및 관할 세무서의 힘을 빌렸다. 올해 초 관련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해 징수까지 2~3개월이 소요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의 첫 가상 자산 징수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들어갔지만, 내년부터는 한층 용이해질 전망이다. 가상 자산 과세가 시작돼 국세청이 거래소로부터 분기·연도별 거래 내역 등 거래자별 자료를 주기적으로 넘겨받게 돼서다. 이 경우 국세청은 체납자의 가상 자산 보유 현황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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