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장 쿠팡, 단숨에 한국기업 시총 2위…국내기업 저평가 ‘부각’

  • 뉴스1
  • 입력 2021년 3월 12일 14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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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 외벽에 쿠팡 로고와 태극기가 게시돼 있다. (쿠팡 제공) 2021.3.12
뉴욕증권거래소 외벽에 쿠팡 로고와 태극기가 게시돼 있다. (쿠팡 제공) 2021.3.12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상장 대박’을 터트리면서 시가총액이 단숨에 100조원을 넘어섰다. 이같은 규모는 코스피 시가총액 1위 대장주인 삼성전자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쿠팡은 아직 적자를 내고 있지만 유통혁신을 일으키는 게임체임저로 평가받으면서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다만 뉴욕 증시 상장 첫날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한 시가총액이 한국 기업을 통틀어 2위 수준으로 도약했다는 것을 두고 국내 증시 자체나 국내에 상장된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증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가에선 쿠팡과 동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 신세계(쓱닷컴) 등은 리레이팅(재평가)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하이닉스·네이버가 쿠팡보다 쌀 이유 없는데…결국 저평가”

분당 판교 네이버 사옥. 2018.1.23 © News1
분당 판교 네이버 사옥. 2018.1.23 © News1
11일(현지시간) 쿠팡은 뉴욕 증시 상장 첫날 공모가인 35달러에서 40.71% 급등한 49.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쿠팡의 시총은 종가 기준으로 886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우리 돈 100조4000억원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2위인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의 시총을 앞질렀다.

쿠팡이 아직 연간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누적적자가 4조원에 달하는 만성적자 기업임에도 ‘성장 잠재력’만으로 이처럼 높은 평가를 받자 국내 기업이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고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과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부문에서 경쟁하면서 매출과 실적, 점유율 등에서 모두 우위를 점한 네이버의 시총은 이날 기준 63조원 수준이다.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 업체로 시총 3위인 LG화학의 경우 67조다.

정동섭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재무자문본부 그룹장(전무)은 “현금창출 능력이나 시장점유율 및 지배력, 수익률, 주주가치 환원 등 여러 측면에서 기업가치가 평가되어야 하고, 그런 부분이 ‘시가총액’으로 나타나는 것도 맞지만 반대로 이런 부분들을 모두 고려할 때 쿠팡이 국내 기업에서 2위를 차지한다는 것을 다소 받아들이기 힘든 기업들도 많을 것”이라면서 “역설적으로 쿠팡의 이같은 부분이 오히려 국내 기업의 높은 가치를 방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쿠팡의 기업공개 이슈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의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과 한국 시장의 밸류에이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쿠팡이 기존 예상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만큼 업계 전반의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재평가)이 다시 한 번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우량기업 ‘리레이팅’ 본격화…주가 상승 동력 될까

12일 오전 기준으로 SK하이닉스는 전일대비 4000원(2.92%) 상승한 14만1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전날 종가 기준 시총은 100조원을 밑돌았지만 그나마 이날 상승으로 100조원을 다시 살짝 넘었다.

SK하이닉스의 상승은 간밤 미국 증시 상승 덕이다. 특히 반도체 품귀 현상 등으로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주가 상승하면서 SK하이닉스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지난해 매출 32조원에 영업이익 5조원, 순이익 4조8000억원을 기록한 세계 반도체 시장 수위 업체 SK하이닉스가 아직 4000억원 상당의 적자를 기록하는 쿠팡보다 시가총액에서 밀린다는 것은 ‘한국 증시’ 저평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과 직접 경쟁하는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네이버의 12일 오전 기준 시총은 62조5844억원으로 쿠팡보다 38조원이나 밀린다.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은 5조3000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조2000억원과 85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올해는 일본 야후재팬과 경영통합하는 적자사업 라인이 네이버의 연결실적에서 제외되면서 실적 개선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올해 네이버의 예상 영업이익은 1조4000억원, 예상 순이익은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네이버의 리레이팅도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중이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쿠팡의 가치를 고려할 때 네이버쇼핑의 가치를 기존 20조8000억원에서 28조원으로 34.6% 상향한다”면서 “쿠팡과 비교하면 네이버쇼핑의 가치는 46조7000억~65조3000억원까지 상향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정동섭 딜로이트 전무는 “쿠팡이 아마존과 같은 클라우드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네이버가 비교우위에 있고, 오프라인 채널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신세계 쓱닷컴의 경쟁력이 쿠팡보다 높다”면서 “앞으로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의 재평가가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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