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 호칭 사용 자제 권고한 美사립 학교…그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2일 11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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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맨하탄 노호에 있는 그레이스 처치 스쿨 캠퍼스. 사진출처 GSC 웹사이트
미국 맨하탄 노호에 있는 그레이스 처치 스쿨 캠퍼스. 사진출처 GSC 웹사이트
미국 뉴욕 맨하탄의 한 사립학교에서 “비차별적 언어”(inclusive language) 활용의 일환으로 학생들에게 ‘엄마’, ‘아빠’, ‘부모’라는 호칭을 쓰지 말라고 권해 화제다. 이러한 호칭이 학생들의 가정 상황을 추측하게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이를테면 한부모 가정이나 동성 부부 가정에게는 이러한 호칭이 부적절하다는 이야기다. 학교는 이 호칭들 대신 ‘어른’(grown-ups), ‘식구’(folks) 등을 권했다.

맨하탄 노호의 그레이스 처치 스쿨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12페이지 가이드를 배포했다. 이 학교는 유치원생부터 미국 12학년(고3)까지 교육 과정을 제공한다. 학교는 학생과 교사들에게 배포한 가이드에서 ‘비차별성’이 학교의 중요한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이 가이드에서 엄마 아빠 부모 대신 제안된 호칭은 어른 식구 가족 혹은 보호자(guardians)이다. 가이드는 “가족은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구성된다. 그레이스 처치 스쿨에서 우리는 이러한 다양성을 포함하는 비차별적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아이들이 누구와 함께 살고 있는지, 매일 같은 곳에 머무는지, 어디서 부모를 만나는지 등등의 정보에 대해 함부로 유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젠더나 성적 지향, 인종, 민족에 대한 차별도 없어야 한다고 가이드는 밝혔다. 이를테면 사람들에게 “너는 어디 출신이니?”라고 묻는 대신 “너의 문화적/민족적 배경은 무엇이니?”, “너의 조상이나 가족은 어디 출신이니?”라고 물어야 한다는 식이다. 이는 아시아인이나 흑인들이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임에도 외국에서 왔다고 가정하고 묻는 질문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학교는 이 가이드에 대해 “모든 학생이 학교의 일원이라는 감각을 갖도록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우리 학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존엄과 가치를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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