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못한 비행기…이스라엘 총리, UAE 가려다 외교적 약점만 노출

카이로=임현석특파원 입력 2021-03-11 20:50수정 2021-03-1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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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베나민 네타냐후 총리
이스라엘 베나민 네타냐후 총리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일정이 예상치 못했던 일들로 결국 취소됐다. 이스라엘 총리 사상 처음으로 11일 UAE를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총리 아내가 갑작스레 병원에 실려가고 이웃나라 요르단도 하늘길을 열어주지 않아 방문이 취소된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아랍국가와의 관계 개선을 보여주려한 네나탸후 총리가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레츠 등 이스라엘 현지매체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11일 UAE 아부다비 국제공항에 방문해 UAE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아부다비 왕세자와 회동할 예정이었으나 오전 출발 예정이었던 비행기는 끝내 이륙하지 못했다.

예루살렘포스트와 하욤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 UAE로 비행기를 통해 가려면 요르단 영공을 거쳐서 가야하므로 승인이 필요한데 요르단은 11일 오전 이스라엘 비행편 이륙이 임박한 시점에 비행경로를 승인할 수 없다는 통보를 내렸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요르단의 후세인 빈 압둘라 왕세자가 비행 승인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후세인 왕세자는 10일 이스라엘이 실효 지배하는 동예루살렘 구시가지의 이슬람 성지 템플마운트(아랍명 하람 알샤리프) 내 알아크사 모스크를 방문하려다가 이스라엘 군 당국으로부터 제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세인 왕세자가 예정된 것보다 많은 경호수행 인력을 데려왔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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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10일 밤엔 부인 사라 네타냐후가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 증세를 호소하며 예루살렘에 있는 에인케렘 병원에 입원해 11일 오전 맹장염 진단을 받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8월 UAE와 국교 정상화 이후 아부다비 방문을 타진해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UAE와 바레인과의 관계 정상화를 포함해 걸프 아랍국과의 관계 개선을 자신의 최대 외교 성과라고 내세웠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8월 중동 아랍국가 중에선 3번째, 걸프지역 아랍국 중에선 처음으로 UAE와 국교 정상화에 합의했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후 이집트, 요르단과 외교관계를 맺었을 뿐 걸프만 이슬람 국가와의 국교는 UAE가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UAE와 국교 정상화 이후 지난해 10월 텔아비브와 아부다비를 잇는 항공편을 열고 아부다비에 대사관을 설치하는 등 관계 다지기에 힘써왔다.

이번 UAE 방문 추진은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외교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우파 리쿠드당을 이끄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930만 인구 중 약 20%에 달하는 아랍계 유권자 표심을 잡기 위해 기획한 이벤트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달 23일 총선을 치른다. 미국의 온라인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UAE 측서 이스라엘 총선이 2주도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네타냐후 총리 방문에 난색을 표했으나 이스라엘 해외 담당 정보기관 모사드까지 나서서 UAE를 설득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방문 추진 과정에서 요르단이 이스라엘 항공편의 비행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외교적 약점만 노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네타냐후 총리와 경쟁하는 야권 지도자 베니 간츠 청백당 당수(현 국방장관)는 “네타냐후 총리가 집권한 기간 동안 요르단과의 관계가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996년~1999년에 이어 2009년부터 지금까지 총리로 재직하고 있다.

카이로=임현석특파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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