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통 뒤집어씌운 선배 간호사가 대학교수 됐습니다” 9년전 ‘태움’ 폭로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1-03-10 15:45수정 2021-03-1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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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 관계 없는 자료사진. 채널A
“환자에게서 뽑은 가래 통을 (나에게) 뒤집어 씌우셨다.”

“환자 대변 쪽으로 제가 고꾸라지게 밀었다.”

“엑스레이 기계 앞에서 보호 장비를 벗고 서 있게 하면서 ‘방사능 많이 맞아~’ 낄낄 거리고 주문을 외시던 분이었다.”

9년 전 대학병원에서 이렇게 자신을 괴롭혔던 선배 간호사가 최근 대학교수로 임용됐다는 폭로가 나왔다. 학교 측은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이달 5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9년 전 저를 태운 당시 7년차 간호사가 간호학과 교수님이 되셨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가해자가 물리적 폭행이나 언어 폭행을 했다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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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네가 재수 없는 X라 네 XX(어머니)가 아픈 거야’ 하면서 씩 웃었다”며 “제가 립스틱을 썼는데, ‘네가 그렇게 싸구려를 쓰니까 그렇게 못생긴 거야’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사건 당시 괴롭힘에 못 이겨 결국 퇴사했다고 밝혔다.

게시물에 따르면 네일아트를 취미로 하는 간호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는 최근 모 대학의 간호학과 학생에게 네일아트를 해주다가 9년 전 자신을 괴롭혔던 선배 간호사 A 씨가 대학교수가 됐다는 말을 들었다.

글쓴이는 A 씨가 대학교수가 된 걸 알게 된 경위에 대해 “커뮤니티에서 구한 손 모델 분이 간호학과 학생 분이셨는데 다음 달 실습을 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네일아트를 받고 싶다고 하셨다”면서 “그 학생이 ‘이번에 새로 오신 A 교수님이 C 대학병원 중환자실 출신이신데 아시냐’며 이름을 말했는데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제 심장은 요동쳤고 손이 떨려서 네일아트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폭로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선 “간호사 커뮤니티에 관련 내용을 올렸는데 간호사 태움(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괴롭힘 등으로 길들이는 규율을 지칭하는 용어)을 공론화 해달라는 많은 분들의 격려에 용기를 내어 네이트판에도 글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글쓴이는 간호사 태움을 막기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렸다. 해당 청원에는 10일 오후 3시 40분 현재 2700여명이 동의했다.

학교 측은 올해 A 씨가 교수로 임용된 사실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아직 피해 주장의 사실 여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동아닷컴과 통화에서 “A 씨가 이번에 신규 채용된 교수는 맞다”면서 “학교 차원에서 조사 중이고 해당 교수와도 대화 중이다.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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