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오세훈, 서두르는 안철수…야권 후보 단일화 다른 속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7일 21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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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시작되는 중앙선관위의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등록이 8일로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를 위해 이번 주 처음으로 마주앉을 예정이다. 하지만 단일화를 둘러싼 양측의 속내가 달라 논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세훈 후보.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오세훈 후보.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오 후보는 ‘투 트랙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당내 경선에서 ‘깜짝 역전승’을 이끌어낸 점을 부각시키며 ‘역전 주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안 후보와의 단일화 전까지 최대한 몸집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오 후보는 단일화 관련 논의에 초점을 두기보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적극 공략하고, 이와 동시에 국민의힘은 물밑에서 안 후보와 단일화 전략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후보 확정 이후 첫 주말을 맞아 오 후보는 6일 박 후보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서울 구로구 차량기지를 방문해 “구로차량기지 이전은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써먹은 사업인데 진도가 나가지 않아 주민들께서 답답해했다”며 “박 후보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하지 못한 숙원 사업을 내가 해내겠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주 초중반 전에는 (안 후보를) 만나는 게 도리”라며 “최단 시일 내에 결론지어 발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 후보는 “첫 만남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첫 회동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오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는 “우리로선 단일화 협상에 급하게 응할 이유가 없다”며 “당분간 느긋한 마음으로 박 후보에게 맞설 수 있는 본선 후보로서의 경쟁력을 알리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국민의힘은 주말부터 단일화 협상에 필요한 여론조사 데이터를 수집하며 물밑에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두 후보의 경쟁력, 적합도 조사는 물론이고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로 출마할 경우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객관적인 수치를 따져보고 단일화 협상에 임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오 후보의 ‘재선 서울시장’ 경륜을 앞세우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며 당내 인사들을 독려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안철수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반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안 후보 측은 “신속하게 단일화를 이뤄내 야권 지지자를 결집시켜야 한다”며 오 후보 측을 압박하고 있다. 안 후보는 7일 서울 송파구 노후 아파트 현장 방문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후보 등록일인 18, 19일 전에는 합의가 돼 단일 후보가 등록할 수 있어야 야권 지지자들이 지치거나 실망하지 않고 더 힘을 결집할 수 있다”며 “우리는 모든 준비를 갖추고 기다리는 상황이니 하루빨리 협의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번 선거가 거대 정당의 조직 싸움으로 판가름 날 선거가 아니라는 점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강고한 (여당의) 조직과 대결하려면 제1야당의 조직력만으로는 되지 않고 시민들의 광범위한 지지가 필요하다”며 “조직 대 조직 싸움을 하면 야권이 백전백패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야권 단일 후보 기호 2번 출마’에 대해서도 안 후보는 “기호 3번 정의당이 후보를 내지 않기 때문에 2번이든 4번이든 (투표용지에서) 두 번째로 야권 통합 후보로 나선다”며 “얼마나 원만하게 단일화 과정을 가져가는지, 어떤 지지자들도 이탈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일축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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