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할수록 불행해진다

  • 주간동아
  • 입력 2021년 3월 7일 11시 28분


코멘트

소통 본질에서 벗어난 현실 도피 #아이엠히어

영화 ‘#아이엠히어’ 포스터. [사진 제공 · 네이버 영화]
영화 ‘#아이엠히어’ 포스터. [사진 제공 · 네이버 영화]

영대 ‘클럽하우스’ 초대장 보냈어요!

현모 지난번에도 보내셨는데 제가 스팸인 줄 알고 지워버렸어요…. ㅋ

영대 앗, 얼마나 귀한 초대장인데! 현모 님께 2장이나 썼다고요~!

현모 죄송해요ㅜㅜ 저는 가입하면 연락처에 있는 사람들한테 자동으로 날아가는 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 ‘클하’ 초대장이 요즘엔 돈 받고 거래도 된다면서요?

영대 한 사람이 보낼 수 있는 수량이 제한돼 있거든요.

현모 저는 안드로이드 유저라, 친구가 하는 거 옆에서 잠깐 구경만 했어요. 친한 오빠가 ‘교포방(?)’이라는 걸 하는데 하도 재미있다고 해서 봤죠. 와, 그거 시간 엄청 잡아먹겠던데요?

영대 맞아요. 저도 어쩌다 하게 됐는데, 세상에 말하고 싶은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하고 깜짝 놀랐어요.

현모 가끔 유명인이 들어와 같이 떠들기도 한다면서요.

영대 그게 장점으로 작용하는 거 같아요. 갑자기 일론 머스크가 들어온다 해도 그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게 아니라, 누구나 동등하게 똑같은 연단에서 발언하니까 거리감도 안 느껴지고 친구가 된 것 같은 거죠.

현모 마이크를 누가 잡는지는 방장이 정하는 거예요?

영대 동시에 여러 명에게 넘길 수도 있고, 그건 그냥 ‘마더레이터’(moderater·방장) 마음이에요. 그래서 제가 볼 때 클럽하우스의 성패는 훌륭한 마더레이터가 얼마나 많이 나오느냐에 달린 거 같아요.

현모 오…. 클럽하우스의 성패까지….

영대 말을 잘하는 것보다 얼마나 다양한 참여자에게 균등하게 기회를 주면서 말을 잘 들어주느냐. 현모 님 같은 마더레이터요. 참고로 저는 ‘파더레이터’.

현모 ㅎㅎㅎ 우리 ‘싱크로니시티’가 인터뷰어-인터뷰이 관계가 아니니까 딱 ‘마더레이터-파더레이터’ 구성이네요.

영대 그런데 SNS는 참 어려운 거 같아요. SNS를 많이 할수록 불행해진다는 말이 있잖아요.

현모 맞아요, 그래서 저는 최근 영화 ‘#아이엠히어’가 정말 와 닿았어요.

영대 아, 그런 영화가 나왔나요? 전 아직 못 봤어요.

현모 그럼 미리 말씀드리기 좀 그렇지만, 결국 SNS 공간에서도 모르는 랜덤한 사람보다 현실에 있는 진짜 내 사람이 더 소중하다고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에요.

영대 그렇죠. 저도 사실 아내가 섭섭해할 때가 있어요. 어쩔 때 제가 “그거 전에 말했잖아” 이랬는데, 알고 보니 유튜브 방송에서 한 말이더라고요. 중요한 근황을 인스타그램으로 알기도 하고요.

현모 그런 부부들 엄청 많을걸요~? ㅎㅎㅎ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박해윤 기자]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박해윤 기자]
영대 그렇지만 커리어를 위해, 자기 PR를 위해 아예 안 할 수는 없는 게 SNS죠.

현모 저는 사실 ‘내가 인스타그램을 왜 하는가’를 진지하게 되돌아본 계기가 있어요. 친하게 지내는 90대 어르신께서 무슨 이야기를 하시다 “의도하지 않아도 남들에게 열등감을 안겨주면 그것도 죄!”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영대 우와, ‘죄’는 강한 표현이네요.

현모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가 원래는 ‘소통’하려고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건데 언젠가부터 자랑을 하고 있더라고요.

영대
그럼요. 누구든지 자랑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현모 그런데 단순히 좋은 곳에 가서 좋은 옷 입고 찍은 사진이 누군가의 부러움을 사고 찬사를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박탈감이나 우울함을 야기한다면 ‘내가 지은 죄만큼 똑같이 벌을 받겠구나’라는 생각이 확 들더라고요. 왜냐하면 카르마(karma) 아시잖아요. ‘What goes around comes around.’ 남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주면 나도 그대로 받게 돼 있어요. 자꾸만 남에게 시기질투심을 패스하는 사회에서는 나도 언젠가 그 공을 받을 수밖에 없고요.

영대 질량보존의 법칙이기도 하죠.

현모 게다가 그 자랑이라는 것도 거품이 껴 있더라고요. 10장 찍어서 제일 잘 나온 사진을 올린 거잖아요.

영대 그죠. 저도 항상 제 프로필 사진처럼 생기진 않았어요. ㅎㅎ

현모 그렇게 생기셨어요. -.-

영대 실제로도 그렇게밖에 안 생겼다는 뜻인가.

현모 에이, 뭐 화장을 하신 것도 아니잖아요.

영대 실제론 추레한데….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박해윤 기자]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박해윤 기자]
그나마 그 괴리를 인식하지 못하면 자기 자신까지 속이게 되죠. 내가 늘 이렇게 생겼고, 이렇게 잘났고, 이게 나라고 나 자신을 정의하는 수준까지 도취될 수도 있어요.

영대 그래서인지, 현모 님 피드에는 뭔가 메시지가 담긴 것이 많더라고요.

현모 그게 제 역할이 아닐까 싶은 거죠. 자랑도 아주 없진 않지만, 단순히 소식을 알리는 것이 주를 이루고요.

영대 저는 그래서 ‘SNS=소통’이라는 공식을 당연시하면 안 되는 거 같아요. 최근 소통이라는 말이 유행인데, 일방적으로 자기 말만 하는 게 무슨 소통이에요.

현모
맞아요!! 소통은 서로 오해를 풀고 간극을 좁히고 상대를 이해하는 거죠. ‘Relationships are built, not found’라고 하잖아요. 관계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 공들여 쌓아야 하는 건데, SNS식 소통은 그럴 필요가 없죠. 마음에 안 들면 지워버리잖아요.

영대 심지어 서로의 취약점도 공유하고 궁극적으로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는 게 소통인데, 엄밀히는 소통 본질에서 벗어난 일종의 ‘escapism(현실도피)’이라고 봐요.

현모 나의 ‘truth(진실)’로부터 도피?

영대 그렇죠. 나의 진실을 직면하기 너무 두려우니까 SNS로 도피해 ‘나는 괜찮다’ ‘잘나가고 있다’ 하는 측면도 있다는 거죠.

현모 엇, 갑자기 도피하려는 게 아니라, 시작했어요! 빨리 TV 틀어보세요~.

(계속)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79호에 실렸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