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일까 이회창일까? 윤석열의 길은…제3후보 성공모델 찾기

뉴스1 입력 2021-03-05 11:57수정 2021-03-05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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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총장직 사퇴 의사를 발표하고 있다. 윤 총장은 최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문제를 두고 여권과 날카롭게 대립해 왔다. 2021.3.4/뉴스1 © News1
대통령 직선제가 시행된 후 대통령에 당선된 후보는 보수 또는 진보 진영의 기성정당 정치인이었다. ‘바람’을 타고 제3정당이나 제3지대에서 출마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중도 낙마하거나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태풍인 줄 알았던 바람이 미풍에 그친 순간들이다.

내년 3월9일 20대 대통령선거가 열린다. 대선을 1년여 앞두고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사퇴했다. 정치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그가 대권 도전에 나설 것을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다.

여야 모두에 칼을 댄 윤 총장인 만큼 여야 모두와 함께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로서는 자연인으로 제3지대에 머물면서 여러 세력들의 움직임을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힘의 방향이 모아지면 윤 총장이 어떤 역할로 경쟁력을 만들어 갈지 관심이 쏠린다.

5일 정치 전문가들은 윤 총장이 고건 전 총리나 반기문 전 UN사무총장과는 확실히 다른 케이스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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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확실한 차별점은 정권에 대놓고 각을 세웠느냐다. 윤 총장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검찰 인사 요구 배제 등의 수모를 견뎌야 했다. 그러면서 원전비리 의혹이나 조국 전 법무장관 수사 등을 지휘하며 성과를 냈다. 정권에 저항해 핍박받는 이미지지만 그러면서도 제 할 일은 했다는 평가가 나왔고, 이는 국민적 지지율로 이어졌다.

한 야권 관계자는 “핍박받는 데 할 말은 하면서 일도 잘한다”며 “국민이 볼 때 싫어할 수가 없는 캐릭터다”라고 말했다.

고 전 총리나 반 전 사무총장은 여권 인물로 분류됐었다. 노무현 정부 때 외교부 장관을 지낸 반 전 사무총장은 그 때 인사들의 도움으로 UN사무총장까지 올랐다. 고 전 총리 역시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지만 반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정권에 쓴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특히 두 사람은 이명박·박근혜라는 강력한 보수당 후보에 맞설 민주당 후보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인물’이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윤 총장을 반기문·고건과 비교할 수 없다. 윤 총장은 일단 맷집이 있다”며 “그리고 반기문이나 고건은 당시 정권에서 마땅한 후보가 없으니 궁여지책 측면에서 만들어진 후보다. 윤 총장은 이들과 확연히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간을 더 앞당겨 1990년대 초중반의 이회창을 소환해 윤 총장에 대입한다. 이 전 총리는 ‘문민정부’(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를 지낼 때 강인한 성품이 드러나면서 ‘대쪽’이라는 별명을 얻은 인물이다.

이 전 총리는 감사원장 시절 ‘평화의댐’과 ‘율곡사업’(한국군 전투력 증강계획) 감사를 진행하며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을 조사했다. 중앙정보부(국가정보원 전신)가 설립된 후 처음으로 국가안전기획부에 대한 감사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국무총리 시절에는 헌법에 보장된 총리의 권한을 행사하려다 김 전 대통령과 자주 충돌했다. 이 전 총리가 총리직을 던지면서 “법적 권한도 행사하지 못하는 허수아비 총리는 안 한다”는 말은 지금도 회자할 정도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회창과 윤석열은 권력과 충돌하면서 법과 원칙을 어떻게서든지 따르려고 했던 원칙주의자”라며 “여든 야든 틀린 것을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모습을 국민이 지켜보면서 두 사람에게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국무총리 사퇴후 잠시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신한국당에 입당해 당 후보로 두 차례 대선에 출마했다. 결과는 모두 낙선이었지만 김대중·노무현과 연달아 붙어 3%p 내의 득표율 격차일 만큼 국민적 지지는 상당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총리와 달리 윤 총장은 대선까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박근혜·이명박을 단죄한 그에 대한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은 탓도 있지만 강직한 성품 자체가 거대 야당 소속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남은 기간 윤 총장은 어떻게 행동해야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갈 수 있을까.

신 교수는 “보수야권 후보 중에 지지율 5% 넘는 사람은 한두명뿐인데 이런 사람이 갑자기 30%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기는 쉽지 않다”며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윤 총장은 앞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범위를 넓혀가며 메시지를 낼 것인데 어떤 메시지를 내야 하는지는 봐야 하지만 임팩트가 있다면 윤 총장 중심으로 야권이 헤쳐서 모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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