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총장님”에서 ‘검수완박’까지…尹, 파란만장 589일

  • 뉴시스
  • 입력 2021년 3월 4일 15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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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내내 정권과 갈등빚은 尹…결국 사의
정권지지 등에 업고 검찰총장직 올랐지만
취임 한 달만에 '조국 수사'로 평가 급반전
채널A 사건으로 권한 박탈…직무정지까지
'수사청 추진' 무렵부터 "그만두겠다" 얘기

사상초유 징계에도 굴하지 않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결국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권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며 그를 검찰총장에 앉혔지만 임기 초반부터 양측의 관계는 평탄하지 못했다.

‘조국 수사’를 계기로 등을 돌린 여권은 그동안 윤 총장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두 차례의 직무정지에도 돌아와 자리를 지키려 했지만, 결국 검찰 수사권 폐지에 ‘총장직 사퇴’로 대응한 것이 윤 총장의 선택이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은 이날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윤 총장은 지난 2019년 7월25일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지 589일째가 되는 이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의 임기는 이날 기준 142일을 남겨둔 상태다.

600일에 가까운 임기 동안 윤 총장에 관한 정부·여당의 평가는 정반대로 바뀌었다.

전임보다 다섯기수 아래인 윤 총장을 발탁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임명과 동시에 검찰 인사의 전권을 윤 총장에게 줬을 만큼 윤 총장에게 보내는 여권의 지지는 남달랐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우리 윤 총장님”이라고 부를정도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윤 총장의 취임 한 달만에 양측의 관계는 급격히 냉랭해졌다.

검찰이 지난 2019년 8월27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것이 단초가 됐다. 같은해 11월26일에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하면서 여권의 반발은 거세졌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지난해 1월 취임 직후 윤 총장의 측근을 대거 지방으로 좌천시켰다. 범여권에서는 윤 총장의 장모와 부인부터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소환해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한 검사장이 연루된 ‘채널A 사건’은 수사지휘권 발동이라는 기폭제가 됐다. 추 전 장관은 윤 총장이 측근을 비호하기 위해 해당 사건의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고 주장하며 여러 차례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윤 총장을 배제하기에 이른다.

이에 윤 총장은 검사장회의 등을 소집해 대응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이어진 지난해 9월 인사에서도 추 전 장관은 대검찰청 참모를 전원 교체해 윤 총장을 고립시켰다.

그런 가운데 윤 총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추 전 장관을 향한 폭탄 발언을 쏟아내며 공개 항명에 나서기도 했다. 수사지휘권 행사에 문제를 제기한 윤 총장은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결국 추 전 장관은 ‘검찰총장 징계’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된 윤 총장은 두 차례의 법정 다툼 끝에 돌아올 수 있었다. 복귀 후에는 보란듯이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출국금지 위법 논란 등 현 정권을 겨눈 수사에 속도를 내기도 했다.

그러던 윤 총장이 사의를 결심했다는 얘기가 검찰 안팎에서 나온 것은 여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을 추진하던 무렵부터였다.

검찰에 남아 있는 6대 범죄에 관한 수사권을 새로 설치할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에 넘기고, 검찰은 기소유지만 할 수 있는 기관으로 만든다는 여권의 구상에 윤 총장은 “직을 걸고서라도 막겠다”는 말을 꾸준히 해왔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검사장회의 등을 소집해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끝내 윤 총장이 택한 것은 총장직 사퇴였다.

그는 물러나는 순간에도 수사청 설치 움직임을 비판하면서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저는 이 사회가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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