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비 횡령·갑질 의혹’ 김윤배 전 총장 복귀설에 청주대 ‘술렁’

  • 뉴시스
  • 입력 2021년 3월 4일 06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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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교수회 "최측근 통해 물밑작업 시도"
12월 임원 자격 회복…이사회서 선임 가능
구성원 반발 움직임에 학교 측 "금시초문"

최근 운전기사 갑질 의혹으로 피소된 김윤배 전 청주대학교 총장이 또다시 학내 구설에 올랐다.

교비 횡령죄로 임원직을 박탈당한 지 5년 만에 임원 자격을 회복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김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학내 구성원들은 벌써부터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4일 이 학교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2017년 12월 대법원에서 업무상횡령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은 김 전 총장은 오는 12월 학교법인 임원에 선임될 수 있는 자격을 회복한다.

징역형 확정으로 재단 이사직을 상실한 김 전 총장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재적이사 2/3 이상 찬성을 받으면 다시 임원으로 선임될 수 있다.

청주대를 운영 중인 학교법인 청석학원의 이사회는 김 전 총장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 전 총장이 이 학교법인의 설립자 직계 후손인 데다 이사회도 그의 최측근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청석학원은 2019년 3월 김 전 총장의 집안 인물인 A씨를 새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A씨는 법적으로 김 전 총장과 친인척 관계는 아니나 그의 혈육이 김 전 총장 이복형제의 친모다. A씨는 김윤배 총장 재직 시절 청주대 교수로 30여년간 근무한 뒤 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같은 해 6월에는 이사회가 선출한 B씨가 청주대 총장에 임명됐다.

당시 교수평의회, 학교 노조, 시민단체 등은 “청주대는 13년간 재임한 김 전 총장의 퇴진 후 지금까지 5년간 총장이 4명이나 바뀌는 사태를 겪으며 단 한 차례도 민주적 절차를 거쳐 총장으로 임명되거나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친 총장이 없었다”며 “직원과 학생, 동문을 배제하고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총장을 지명하는 것은 비민주적인 사학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배경을 놓고 볼 때 김 전 총장의 임원 복귀는 시간 문제라는 학내 의견이 적잖다.

교수평의회 관계자는 “오는 12월 임원 선임 결격사유 소멸 후 김 전 총장의 임원 복귀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를 우려하는 교수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청주대지부 한 관계자도 “김 전 총장의 측근들이 김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교수평의회와 학교 노조 측에 김 전 총장의 복귀에 대한 생각을 묻고 다닌다”며 “보나마나 임원 복귀를 위한 물밑 작업이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김 전 총장의 임원 재선임에 법적 걸림돌은 없다. 관할부처인 교육부는 사립학교 임원 선임을 이사회 고유 권한으로 보고 있다. 절차상 큰 결격 사유가 없다면 이사회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복귀가 가능하다.

2004년 임원 승인이 취소된 주명건 전 세종대 이사장은 2013년 이사로 복귀했고, 2003년 학내 비리 문제로 사퇴한 조원영 동덕여대 전 총장은 2015년 개방이사로 복귀한 전례도 있다.

학교 측은 김 전 총장의 복귀설을 일축했다.

청주대 관계자는 “이사장과 총장의 임기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김 전 총장의 복귀 소문은 금시초문”이라고 반박했다.

김 전 총장은 자신의 거취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회의 중”이라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김 전 총장은 학교법인 청석학원 설립자 중 한 명인 청암 김원근 선생의 손자다. 작고한 부친 김준철 이사장과 함께 청주대 총장으로 장기간 재직하면서 실권을 행사해왔다.

2014년 12월 재정지원 제한대학 지정 책임으로 총장직에서 물러난 뒤 2017년 8월 학교법인 이사직을 사퇴했다. 같은 해 12월 대법원에서 업무상횡령죄로 징역형을 확정받아 임원 자격도 박탈됐다.

자신의 이복형제들과는 유류분반환 청구소송과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 등 재산권을 놓고 법적 분쟁 중이다. 지난해 1심에선 김 전 총장이 모두 패소했다.

최근엔 운전기사 갑질 의혹까지 터졌다.

지난해 8월 심근경색으로 숨진 김 전 총장의 운전기사 가족은 같은 해 11월 김 전 총장을 강요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운전기사 C(63)씨의 가족은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김 전 총장의 폭언과 갑질 정황을 포착했다.

C씨가 남긴 녹음파일과 업무수첩에는 김 전 총장의 폭언과 개밥 주기, 거북이집 청소 등 온갖 허드렛일 지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C씨 가족은 C씨의 사망 원인을 김 전 총장의 갑질 스트레스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을 배당받은 충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달 중 김 전 총장을 불러 사실 관계와 위법성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청주대 한 동문은 “온갖 잡음이 끊이지 않는 김 전 총장의 학교 복귀는 말도 안 된다”며 “은근슬쩍 임원 복귀를 할 땐 지역사회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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