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크·월책·오리발 귀순’ 22사단 경계실패…환골탈태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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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3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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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국방부 장관. 2021.2.17/뉴스1 © News1
서욱 국방부 장관. 2021.2.17/뉴스1 © News1
군 당국이 ‘경계실패 수렁’에 빠진 육군 제22보병사단(율곡부대)의 경계·감시태세와 부대 운영 전반에 대한 정밀진단에 착수함에 따라 이번엔 실질적인 보완책이 마련될 수 있을지에 군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원도 고성군 일대 전방철책과 해안경계를 담당하는 22사단은 지난 2012년 10월 북한군 병사가 우리 군 일반전초(GOP) 창문을 두드리고 귀순한 이른바 ‘노크 귀순’ 사건과 작년 11월 탈북민이 철책을 뛰어넘어 온 ‘월책 귀순’ 사건, 그리고 지난달 16일 발생한 북한 남성의 ‘수영 귀순’ 사건에 이르기까지 경계·감시태세의 허점을 드러낸 일련의 사건들로 비난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군 안팎에선 “군 당국이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근무기강 확립 등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강조했음에도 사정이 별반 나아지지 않은 건 22사단의 구조적 특성 및 한계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계여단 전환 등 부대 개편 논의 ‘재부상’

전군에서 비무장지대(DMZ) 감시소초(GP) 및 GOP 등 전방경계와 해안경계를 동시에 맡고 있는 사단은 22사단이 유일하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GOP 경계를 담당하는 다른 육군 사단의 책임구역이 25~40㎞ 수준인 데 반해 22사단은 육상 30㎞, 해안 70㎞ 등 약 100㎞를 관할한다.

특히 다른 GOP 사단이 3개 여단 가운데 2개 여단을 경계임무에 투입하고 1개 여단을 예비로 운용하는 것과 달리, 22사단은 상시적으로 3개 여단 모두를 육상 및 해안경계 임무에 동원해야 해 “장병들의 근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2사단 전역자들은 ‘예비대’의 개념 자체를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군도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해 2011~12년 무렵 부대 편제를 바꿔 22사단을 육상과 해안 등 구역별 경계여단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단이 아닌 여단 중심의 모듈형 부대 개편은 ‘국방개혁2.0’에 따른 군 구조 및 지휘체계 변경에도 일정 부분 반영돼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방개혁2.0’상의 군 구조 개편은 병역자원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22사단과 같은 개별 부대가 안고 있는 문제점까지 다루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당장 올 연말쯤 강원도 삼척 일대 등 현재 22사단 경계지역 이남의 해안경계를 담당하고 있는 23사단(철벽부대)가 해체되고, 상급부대인 8군단(동해충용부대)마저 3군단으로 흡수·통합돼버리면 “22사단의 경계·작전구역이 현행보다 커지면서 부대 운용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육군본부 등이 22사단 및 8군단에 대한 부대 진단에 나선 만큼 결과를 기다려보자”면서도 “(‘국방개혁 2.0’에 따라)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재창설 수준의 부대 개조’를 통해 22사단 관할 구역 내 병력을 대폭 증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이는 육군의 모병계획과도 연결되는 것이어서 “가부간 판단에 맡길 일이 아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2017년 48만3000여명이던 육군 병력 수를 2020년 현재 42만여명으로 줄였고, 오는 2022년까지 36만5000여명 수준으로 더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군의 다른 관계자도 “한 가지 문제만 보고 접근하다 보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과물(보완책)이 나오긴 하겠지만 그걸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평가할지는 또 다른 얘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이외에도 해안경계 임무를 단계적으로 해양경찰에 이관하는 방안도 검토해왔으나, “군에 비해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해경에 해안경계를 맡길 경우 경계 공백이 더 커질 수 있어 시기상조”란 지적이 많다. 군과 해경 간의 ‘책임 떠넘기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문제 없다” 설명에도 과학화경계시스템 ‘오작동’ 논란 계속

이런 가운데 군 당국은 우선적으로 ‘오작동’ 논란이 일었던 22사단의 과학화경계시스템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이 최근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울산 남갑)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군은 이미 작년 5월 과학화경계시스템상에서 평균 4분30초마다 경보가 발생할 정도로 ‘오작동’이 잦은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돼 있다. ‘수영 귀순’ 발생 당일엔 바람이 세게 부는 바람에 경계시스템상에서 경보가 분당 3회씩 발생했다고 한다.

그러나 합참 관계자는 “잦은 경보 발생은 센서 등의 감도 설정에 의한 것으로서 엄밀히 말하면 오작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기기 성능 자체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보 발생 때마다 상황실 간부와 영상감시병이 이를 확인토록 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임무수행 절차를 따랐더라면 ‘수영 귀순’ 사건에서도 초동 대응이 늦어지는 일이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합참의 이번 ‘수영 귀순’ 사건 현장조사 결과를 보면 북한 남성은 사건 당일 고성군 제진검문소가 운용하는 폐쇄회로(CC)TV 카메라에 식별된 후 우리 군이 병력 출동 등 대응에 나서기 전까지 8차례나 군 감시장비 및 CCTV 카메라에 포착됐고, 이 가운데 2차례는 경계시스템상에서 경보까지 울렸지만 그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가 ‘이 사람이 이리로 들어왔을 거다’고 생각하고 전문가를 동원해 계속 녹화된 영상을 돌려봤기 때문에 8차례 포착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일반인은 해당 영상을 보고도 식별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경보 발생에 대한 부분은 다르다”고 말했다.

현재 국방부는 과학화경계시스템의 식별력을 높이기 위한 장기적 과제로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군견 등 생물장비를 추가해 현행 과학화경계시스템의 일부 미비점을 보완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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