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수수료 인하에…뿔난 쿠팡 라이더들 “콜 안 받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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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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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기업인 쿠팡이 기본 배달료를 내리는 대신 배달거리가 멀어질수록 요금을 더 받는 방식으로 수수료 체계 개편하려 하자 배달원(라이더)들이 단체행동으로 맞서고 있다. 배달시장 경쟁이 치열해면서 시장 변화에 대응하려는 플랫폼업체가 목소리가 커진 배달원과 충돌을 빚는 과도기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2일 음식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를 통해 배달원에게 지급하는 기존 1건당 3100원씩 일괄 지급하던 배달 수수료를 거리에 따라 2500원~1만6000원으로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배달원들은 쿠팡이츠의 배달 ‘콜’을 받지 않는 방식으로 단체행동에 나섰다. 배달원들이 주로 가입돼있는 한 인터넷 카페에는 쿠팡이츠의 콜을 받지 않고 있다는 ‘휴무 인증’ 글이 오후 4시 기준 100건 가까이 올라왔다.

아직 단체행동에 동참하는 배달원이 많지 않은 데다 쿠팡이츠가 점심 피크시간대인 오전 11시 15분~오후 12시14분에 콜을 받으면 최대 1만 원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번 수수료체계 개편에 대해 쿠팡은 라이더들이 장거리 배달을 기피하는 것을 줄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쿠팡 관계자는 “거리가 멀거나 외진 곳에서 주문하면 라이더들이 콜을 받지 않아 주문이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반면 배달원들은 사실상 일방적인 임금 삭감이라는 입장이다. 한 배달원은 “하루에 기본요금 배달 콜 10개를 배달한다고 가정해도 한 달 수익이 20만 원 가까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선 쿠팡이츠가 그동안 배달원이 우위를 점하던 시장 구조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달원들은 그동안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플랫폼 업체들에게 ‘귀한 몸’ 대접을 받았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17조4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8.6%가 증가했다. 메쉬코리아(부릉)와 생각대로, 바로고 등 배달대행업체들이 올해 들어 3000~4000원 수준의 기본 배달요금을 최대 30% 가까이 잇달아 인상한 것도 소비자 수요에 비해 배달원이 부족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쿠팡이츠의 배달료 조정은 수익확보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는 ‘한 번에 한집’만 배달하는 방식을 통해 빠르게 상승한 시장 점유율도 한 몫 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5.66%에 그치던 쿠팡이츠의 점유율은 올해 1월 17.1%까지 올라왔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추진도 수익성 확보 필요성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배달원의 단체행동도 궁극적으로 플랫폼에 협상 우위를 완전히 빼앗기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지난달 쿠팡에 교섭 요구를 관철시킨 배달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의 박정훈 위원장은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근무조건을 바꾸려 한다면 협의하는 절차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배달 업계에선 계약 체결과 분쟁 해결 등이 법규 없이 완전히 자유경쟁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라며 “플랫폼 우위의 개별 교섭 구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쿠팡이츠의 배달 수수료 인하가 소비자가 지불하는 배달 비용에 얼마나 영향일 미칠지는 미지수다. 배달원에게 지급되는 수수료가 정확하게 소비자가 내는 배달료에 반영되는 방식이 아닌데다 일정금액 이상 무료배달 등의 프로모션이 여전히 치열하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배달 수요가 단기간에 많아졌는데 배달료가 이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불거지는 문제 중 하나”라며 “소비자들도 합리적 배달료 인상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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