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람만 그릴 그림”…뭉크의 ‘절규’ 속 낙서 비밀 풀렸다

김민 기자 입력 2021-02-23 16:00수정 2021-02-2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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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광이나 그릴 그림”(Could only have been painted by a madman)

20세기 유럽 회화의 걸작 에드바르 뭉크(1863~1944)의 ‘절규’(1893년)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 의식하지 않으면 맨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그림 속 문장은 오랜 기간 미스터리였다. 1904년 이 문장을 처음 언급한 덴마크의 한 평론가는 낯선 그림에 화가 난 관객이 쓴 낙서라고 추측했다. 그런데 낙서가 아니었다.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은 22일(현지 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이 글귀는 뭉크가 직접 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은 2022년 이전 재개관을 준비하며 ‘절규’ 보존 작업과 심층 연구를 진행했다. 적외선 촬영을 통해 이 글귀는 그림이 완성된 후 연필로 쓴 것임을 확인했다. 뭉크가 남긴 노트와 일기 등 기록을 연구한 끝에 미술관은 이 글귀를 작가가 직접 썼다는 결론을 내렸다.



큐레이터 마이 브리트 굴렝은 “단어 하나하나 대조해 본 필적 증거는 물론이고 그림이 처음 공개됐던 1895년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고려할 때 의심의 여지없이 뭉크가 직접 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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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은 1895년 그림 공개 후 뭉크에게 쏟아진 비난도 근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절규’가 처음 전시된 뒤 그림에 대한 분노 섞인 혹평이 쏟아졌고 작가가 미쳤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심지어 뭉크가 참석한 토론회에서 한 학생은 화가의 정신 상태가 의심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비난을 듣고 뭉크가 자신의 그림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작은 글씨로 ‘미치광이나 그릴 그림’이라는 글귀를 적었다는 것이다.

굴렝은 이 때 받은 비난이 뭉크에게 큰 상처가 됐다고도 덧붙였다. 이후 수십 년 간의 기록에서 뭉크는 자신에게 제기된 ‘미치광이’라는 비난을 지속적으로 곱씹었다. 그의 아버지와 누이는 우울증으로 고생했고, 뭉크 본인도 1908년 신경 쇠약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뭉크는 1893년부터 1910년까지 총 4가지 버전의 ‘절규’를 그렸다. 그 중 노르웨이 미술관 소장품은 가장 먼저 그린 작품으로 이 그림에만 연필로 글귀가 적혀 있다. 작품이 유리 액자 속에 보관된 미술관에서 관람객이 이 문구를 보기는 쉽지 않다. 굴렝은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해 정확한 글귀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글씨가 작다”며 “관객이 쓴 낙서라면 더 큰 글씨로 적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글귀가 적힌 연도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미술관은 이 작품을 뭉크의 다른 대표작인 ‘마돈나’, ‘생의 춤’, ‘담배를 문 자화상’과 함께 2022년 재개관 전시에 공개할 예정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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