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법 개정안’에 “교통사고 내도 면허 잃어”…진실은?

김성규기자 , 박민우기자 입력 2021-02-22 19:45수정 2021-02-2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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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을 앞두고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의협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과실에까지 면허를 취소하는 것”이라며 반발을 이어 갔다. 정부와 여권은 개정안 내용이 “상식적 수준”이라며 국회 통과를 예고하고 나섰다.

의협은 22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를 살인이나 성폭력 범죄 옹호로 몰아가는 분위기에 유감을 표한다”며 “선량한 의사가 직무와 무관한 사고나 법에 대한 무지로 인해 졸지에 면허를 잃을까 우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서 면허 취소의 범위로 정한 ‘금고 이상의 형’에 과실 사고가 들어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해영 의협 법제이사는 “교통사고 등 과실 범죄도 제재할 수 있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라며 “전문자격증, 면허 등은 직업 수행에 지장이 없다면 제한을 하지 않는 게 일반적 형태”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즉각 반박했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교통사고로 실형이 나오는 건 매우 악질적인 경우 외에 드물다”며 “일반 교통사고로는 사망사고조차도 실형이나 집행유예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 의사 외에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등 모든 의료진이 이번 개정안의 적용을 받지만 지금까지 반대 의견을 표명한 단체는 의협이 유일하다.

정부와 의협은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과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의협은 “변호사와 의사는 역할과 전문성에 차이가 있다”며 “정의구현을 위한 변호사가 범법 행위를 하는 것과 의료 전문가인 의사가 의료와 무관한 위법 행위를 하는 것은 같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는 이번 개정안의 면허 결격사유에 업무상 과실치사상, 파산 후 미복권자 등을 빼면서 의료 행위의 특수성을 이미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변호사에 비해 면허취소 기준이 낮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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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의협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할 의사단체의 그런 태도는 국민에게 큰 실망을 드릴 것”이라며 “만약 불법적 집단행동을 한다면 정부는 단호히 대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라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오랜기간 숙의하고 여야 합의를 거쳐 합의했다”고 했다. 이날 김성주, 박주민, 고영인 의원 등도 일제히 의협의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지난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2019년 5년 동안 살인과 강도 절도 폭력 성범죄 등 ‘5대 범죄’로 입건된 의사 수는 3480명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와 의협이 결국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3차 유행이 진행 중이고 백신 접종 시작을 앞둔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의협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다. 이 정책관은 “의료계가 백신 접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 역시 “개정안 전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일부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접점을 찾을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25일 법제사법위원회를 열고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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