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X 암살에 FBI-뉴욕경찰 개입설…전 경찰의 편지 공개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2일 1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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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흑인 인권운동가 말콤X. 위키피디아
미국 흑인 인권운동가 말콤X. 위키피디아
대중 연설 중 암살당한 미국 흑인 인권운동가 말콤X의 유족들이 그의 죽음에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뉴욕경찰(NYPD)이 개입돼 있다며 재수사를 요청했다.

말콤X의 유족인 두 딸은 20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NYPD와 FBI가 아버지의 암살에 관여했다는 유언이 담긴 전 뉴욕 경찰관 레이먼드 우드의 편지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우드는 말콤X가 암살당하기 며칠 전 자신이 그의 최측근 경호팀 두 명이 테러를 모의했다는 이유로 체포되도록 유인했으며 이 때문에 암살 당일 출입구를 지키는 사람이 없었다고 고백했다고 ABC뉴스가 22일 입수한 우드의 편지를 인용해 보도했다. 우드는 2011년 1월 25일 이 편지를 작성했으며 우드의 유족들은 정확한 사망일자를 공개하지 않았다.

원래 알려진 말콤X 암살범은 한때 그가 몸담았던 아프리카계 흑인 분리주의 단체인 이슬람 국가운동 소속 흑인 3명이었다. 말콤X는 암살 당일인 1965년 2월 21일 오후 3시 10분 뉴욕 맨하튼 할렘가에 위치한 오두본 볼룸에서 아프라카계 미국인 단결기구(OAAU)가 주최한 행사에 연사로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16발의 총탄을 맞고 즉사했다. 용의자 3명은 이 자리에서 체포됐으며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하다 1985~1993년 차례로 석방됐다.

그러나 우드의 편지에 따르면 말콤X의 암살은 NYPD와 FBI에 의해 사전에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1964년 NYTD에 채용된 우드는 시민사회 조직에 잠입해 범죄 징후를 파악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가 가져온 정보로 FBI는 이들 조직의 지도자를 체포하거나 신임을 잃도록 만들었다.

말콤X의 암살 며칠 전 말콤X의 최측근 경호팀 2명과 3명의 흑인 테러단체, 캐나다인 여성 한 명을 자유의 여신상과 워싱턴 기념탑을 폭파할 목적으로 다이너마이트를 반입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우드는 이 사건을 자신의 상관이 기획했으며 자신의 임무는 경호팀이 함정에 빠지도록 유인하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 때문에 말콤X의 암살 당일 출입구를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며 “그 당시 나는 그 일이 말콤X를 타겟으로 하는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우드는 동료들의 잔임함을 목격한 이후 사임하려 했으나 계속해서 임무를 수행하도록 협박받았다. 그는 “임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면 대마초 및 알코올 밀매 혐의로 나를 체포하겠다는 위협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우드는 편지에서 “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가 속한 흑인들의 진보를 가로막고 비참하게 하는 행위에 참여했다”고 속죄했다.

말콤X 유족들의 기자회견 직후 맨해튼 지방검찰청은 이 사건에 대한 검토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NYTD는 관련된 모든 정보를 지방경찰청에 제공했으며 사건 조사를 위해 모든 형태로 지원하겠다고 성명을 냈으나 FBI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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