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쿠팡 실적, “국민 3명 중 1명 이용”…유통업계 대응책 마련 고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5일 17시 46분


코멘트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 News1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 News1


‘한국 쇼핑인구 3명 중 1명꼴로 쿠팡을 이용하고, 내국인의 70%가 쿠팡 물류센터 반경 11㎞이내 거리에 살고 있다.’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쿠팡의 면면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국내 유통업계는 쿠팡의 영향력이 예상보다 크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상장 이후 쿠팡이 물류 확충을 비롯해 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유통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 베일 벗은 쿠팡 현황 살펴보니


비밀주의를 고수했던 쿠팡은 그간 실적을 비롯한 영업현황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적이 없다. 이번 상장신청서를 통해 들여다본 쿠팡의 위력은 업계의 당초 추정보다 강력했다. 지난해 말 기준 3개월 안에 한 번이라도 쿠팡에서 물건을 산 적 있는 고객 수는 1485만 명. 한국 인터넷 쇼핑 인구를 4800만 명으로 볼 때 약 30.8% 수준이다. 2년 전인 2018년 말(916만3000명)보다 62% 가량 늘었다.

쿠팡의 유료회원제 서비스 ‘로켓와우’의 가입자는 470만 명으로 활성 고객 중 32%를 차지한다. 매달 2900원을 내면 쿠팡의 익일 배송서비스를 무료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이들은 일반 가입자 4배 이상을 지출한다. 회원제 서비스가 쿠팡의 ‘락인효과(Lock in·기존 서비스를 계속 사용하게 하는 효과)’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고객의 충성도는 고객 집단별 지출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2016년 첫 주문을 한 고객 집단의 구매액은 2020년 3.6배로 증가했다. 지난해 쿠팡에서 소비자가 쓴 돈은 분기당 평균 256달러(28만3000원)으로 2년 전(127달러)의 2배 가량으로 늘었다.

쿠팡에서 연봉을 가장 많이 받은 임직원은 우버 출신 투안 팸 최고기술책임자(CTO)였다.

지난해 연봉과 스톡옵션 등은 총 2764만 달러(약 300억원)를 받았다. 이는 김범석 이사회 의장의 연봉(158억원)보다 높다. 강한승 쿠팡 경영관리총괄 대표는 15일 사내 이메일을 보내 상장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1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쿠팡 및 자회사에 재직 중인 계약직 직원에게 무상부여하겠다”고 말했다.

● 이커머스 업체들, 협업 통한 대응책 마련
쿠팡 실적과 운영현황이 공개된 이후 유통업계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쿠팡의 매출 상승이 예상보다 가팔랐던 것이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13조2000억원으로 2019년보다 91% 가량 늘었다. 삼성증권이 당초 예상했던 11조1000억원대 매출보다 훨씬 높다. 영업손실도 2019년 7200억원에서 지난해 5800억원으로 낮아졌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끊임없는 적자를 경쟁력을 키워왔다”라며 “지금처럼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이 먹힌 끝에 흑자 전환이 가능한 변곡점에 들었다”고 말했다.

쿠팡의 독주를 막기 위해선 경쟁 업체간의 합종연횡도 불가피해졌다. 11번가와 아마존 제휴,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의 지분교환 등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온오프라인 업체들간의 전략적 협업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롯데, 신세계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도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 전체가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게 된 시대”라며 “다양한 이커머스 업체들이 협업을 위한 움직임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