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뜨자 中시진핑, 한국에 ‘손짓’…‘택일 압박’ 시작

  • 뉴스1
  • 입력 2021년 1월 27일 11시 19분


코멘트
© News1
© News1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간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중관계 강화를 위한 강한 신호를 발신했다. 미국의 ‘반중전선’ 구축 관측에 중국의 본격적인 대응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習 “협력동반자관계 강화·FTA 2단계협상 마무리·문화교류 원년선포”…한한령 해제 기대감↑

문 대통령은 26일 오후 9시부터 40분간 시 주석과 한중정상 통화를 했다. 이번 통화는 시 주석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통화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한중은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너듯 어려움을 극복했다”며 “그 덕에 여러 방면에서 풍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한중 양국을 ‘매우 중요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라고 평가하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마무리와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조속한 발효, 한중일 자유무역지대 건설 역시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특히 “한국과 국제적 사안 등을 협조하고 함께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지난 25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에서도 다자주의 실천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시 주석의 발언은 ‘선택적 다자주의는 안 된다’는 대미 경고 메시지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이번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번 통화의 핵심은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수호를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시 주석의 메시지”라며 “다보스 포럼에서 말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어 “기본적으로 중국이 바이든 행정부와의 ‘대척점’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 경제력을 활용해 다자주의를 끌고가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 주석은 이번 통화에서 오는 2022년이 한중 수교 30주년임을 언급하며 이는 양국 관계 발전에 있어 ‘새로운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과 함께 정식으로 내년을 중한 문화교류의 해로 선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도 언급하며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시 주석이 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 ‘FTA 2단계(서비스·투자) 협상 마무리’ ‘한중 문화교류 원년 공식선포’ 발언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배치에 반발해 내린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해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미중 택일’ 본격 시작…시진핑 조기 방한 가능성도 관심

이번 한중정상통화는 이른바 ‘미중 택일 압박’의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대중정책으로 동맹국 네트워크를 통한 ‘전략적 인내’를 꺼내들었고, 최근 문재인 정부도 중국보다 미국에 힘을 싣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먼저 한국에 손을 내밀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중국이 미국의 안보와 번영, 가치에 도전함에 따라 미국은 새로운 대중국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략적 인내를 언급했다.

전략적 인내는 오바마 행정부 때 대북정책으로 ‘전면전’을 피하며 제재를 통한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단 중국을 상대로 전략적 인내라는 용어를 사용한 건 바이든 행정부가 처음이다. 백악관은 중국을 향한 전략적 인내와 관련해 국내적으로는 민주·공화당 양당의 합의를 전제로 대외적으로는 동맹국과 협력하겠다고 했다. 중국을 압박함과 동시에 행동 변화를 노리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공교롭게도 시 주석의 통화는 백악관의 전략적 인내 발표가 있은 뒤, 하루 만에 이뤄졌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반중전선인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참여 의사를 밝혔고, 오는 6월 영국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옵저버 자격으로 참가한다. G7 정상회의는 민주주의 동맹체인 ‘D-10’ 구현 가능성을 점치는 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간 문재인 정부는 인도태평양 대신 ‘역내’라는 표현 만 써왔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동맹국과의 ‘중국 견제’ 개념이 포함돼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감안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박 교수는 “문 대통령이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했다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 불편할 수 있다”며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전반적으로 중국 보다는 바이든의 미국과 더욱 결을 맞춰간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을 어떻게든지 자신들의 편까지는 안 되더라도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반중네트워크에 적극 참여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한미정상회담과 한중정상회담 중 어떤 게 먼저 열릴 지에도 관심을 가지는 모양새다. 반중전선 구축을 추진하는 미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중국의 ‘외교전’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미중 모두 코로나19라는 변수에 전반기에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굳이 따진다면 시 주석 방한이 더 빠를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내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움직이는 데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