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녀의 ‘은밀한 본업’[단독/THE 사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0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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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명품으로 치장해서 도둑질을 할 거라고는 0.01%도 의심하지 않았어요.”

지난해 12월 7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백화점.

한 벌에 수천만 원 이상씩 나가는 모피코트 전문매장의 직원은 A 씨를 보고 최소한 VIP 고객일 거라 여겼다. 30대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옷부터 신발까지 명품이 아닌 게 없었다. 하지만 옷들을 둘러보던 A 씨가 사라진 뒤, 매장에선 3000만 원이 넘는 모피코트 1벌이 사라졌다. 해당 직원은 “30분 동안 매장을 돌며 여유롭게 상담까지 받고 매장을 떠났다. 그런데 뒤돌아보니 순식간에 코트 한 벌이 사라져 있었다”고 전했다.

알고 보니 A 씨의 모피코트 절도 행각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전날인 지난해 12월 6일 송파구에 있는 한 백화점에서도 모피코트를 훔쳐 달아났던 것. 이 매장에서 가져간 코트는 6900만 원짜리라고 한다. 지난해 11월 말엔 강남구의 한 백화점에서 역시 모피코트를 훔쳐갔다.

수법도 대담했다. A 씨는 지난해 영등포구에 있는 백화점에선 모피코트를 훔치려다 적발된 적이 있다. 하지만 곧장 “사려고 하는 건데 왜 이러느냐”며 바로 값을 치르고 현장을 벗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대문구 절도 때는 옷을 훔친 뒤 곧장 한 층을 올라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달아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담기기도 했다.

백화점 업계에선 지난해 모피코트만 노리는 여성도둑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한다. 실제로 CCTV에 찍힌 영상으로 만든 A 씨의 사진이 백화점들에 뿌려지기도 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서울 시내 백화점 일대에서 고가의 모피코트를 훔쳐 달아난 혐의(절도)를 받고 있는 A 씨를 12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금까지 A 씨가 훔친 것으로 드러난 모피코트는 3벌로, 합치면 1억 원이 넘는다. 경찰 관계자는 “또 다른 범행도 있었는지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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