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중앙은행 총재 “韓, 손해배상해야…정치적 의지 無”

뉴시스 입력 2021-01-20 11:08수정 2021-01-2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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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19일(현지시간) 한국 시중은행에 동결된 70억달러 규모 이란산 원유수출대금과 관련해 “한국 시중은행들이 이란이 지난 2년간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헴마티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 통신과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에 동결된 70억달러(약 7조7600억원)에 대한 이자 규모’에 대해 질문받고 “피해 규모는 은행과 금융 전문가가 결정해야 할 기술적인 사안”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 은행들이 미국의 대이란 압박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이란의 자금 사용이 차단됐다”며 “이 정책은 국제법에 어긋나고 법률에 의해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했다.

헴마티 총재는 ‘한국 대표단이 곧 자금을 풀 수 있다고 했는가’라는 질문에 “한국 대표단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이란이 자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치적 의지가 있다고 언급했다”면서도 “문제는 그들(한국이) 또한 미국의 정책과 규제를 따르기를 원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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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이 동결 해제를 망설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란 중앙은행을 비롯한 이란 은행과 금융기관은 미 재무부에 제재 대상으로 등재됐다”며 “불행히도 한국 정부는 그 압력에 굴복했고 다른 나라들과 달리 이란과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다른 동반자들은 우리가 인도주의적 물품을 수입하는데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지만, 한국 정부는 그런 점에서 신뢰할 만한 창구를 제안하지 않았다”며 “이 자금은 미국 은행과 거래하는 한국 은행에 보관되고, (이란) 자금은 한국 원화로 유로화로 바로 환전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댄다”고 했다.

헴마티 총재는 ‘한국은 동결 해제를 위해 새로운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느냐’는 질문에 “한국 정부는 자금을 풀기 위해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면서도 “그러나 그들이 이와 같은 약속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 유조선 MT-한국케미호에 대해 얘기했느냐. 선박 나포가 자금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고 부인했다.

헴마티 총재는 ‘유럽연합(EU)이 대미 제재를 피하기 위해 만든 결제 제도인 인스텍스(INSTEX)를 통한 송금 가능성’에 대해서는 “자금을 인스텍스나 스위스 창구로 옮기는 것은 가능한 선택지 중 하나이지만 두번째 단계”라라고 했다.

이어 “첫번째 단계는 우리가 한국 은행들이 자금을 풀고 이란 은행과 협력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목격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아직 그런 정치적 의지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인스텍스는 실질적으로 거의 쓸모가 없었고 (한국과 같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인스텍스는 미국의 제재를 넘어 유럽 국가와 무역 관계를 맺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기대처럼 작동하지 않았다”며 “유럽국가들이 경제적 주권을 지킬 충분한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과 이란은 2010년부터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 명의 원화 계좌로 교역을 진행해 왔다. 이란에서 원유 등을 수입한 한국 정유·화학회사가 두 은행에 대금을 입금하면 이란에 수출하는 한국기업이 수출대금을 찾는 상계 방식이다.

하지만 지난 2019년 9월 미국 정부가 이란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며 국내 원화계좌도 동결됐다. 이후 지난해 5월 정부는 미국, 이란과 협의를 거쳐 의약품, 의료기기 등 인도적 품목 일부를 이란에 수출하는 절차를 재개했지만 이란은 70억 달러 규모 자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과 실무 대표단은 지난 14일 이란에 억류된 한국 선박과 선원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지 못한 채 귀국했다.

최 차관과 대표단은 이란에서 고위층을 두루 만나며 억류 해제를 촉구했지만 이란 측이 사법 절차에 개입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선박 억류와 별개로 이란 당국이 요구하는 한국 내 은행에 묶여 있는 이란의 원유수출대금 문제 역시 만족할 만한 해법을 찾지 못하며 억류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 차관은 지난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해야 할 말은 엄중히 했고, 그들의 좌절감을 정중히 경청하기도 했지만 이번 방문에서 조기 석방이라는 결과물을 도출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과 이란 양국은 그 결과를 위한 커다란 걸음을 함께 내디뎠다고 생각한다”며 “선박과 선원에 대한 이란 정부의 조치가 신속히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간 이란에 고위급 (인사의) 방문이 없었다”며 “우리의 방문이 긍정적 효과를 도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이란에 머물며 압바스 아락치 외교차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교장관, 헤마티 중앙은행 총재 등 이란 고위급 인사와 다수 접촉했다.

최 차관은 고위급 인사들을 만나 지난 4일부터 이란 혁명수비대가 우리 선원과 선박을 억류하고 있는데 대해 엄중히 항의하고, 조속한 억류 해제를 요구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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