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이름 정했다던 여동생, 음주운전이 앗아가…택배도 아직 오는데”

뉴스1 입력 2021-01-18 10:53수정 2021-01-1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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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새해 첫날 음주운전을 하다가 20대 여성 운전자를 숨지게 한 운전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청원이 제기됐다.(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언니 내일 만나’라는 말이 유언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처음엔 실감도 못 했다가 2주 넘게 보일러 꺼진 동생 방을 바라보니 이제서야….”

새해 첫날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피해자의 언니 정모씨(30)는 17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눈물부터 쏟았다. 한동안은 말을 잇지 못했다. 수화기 너머 들리는 목소리에 가득찬 슬픔이 전해져, 제대로 질문을 던지기도 어려웠다.

동생은 올해 홀로서기를 앞둔 사회초년생이었다. 미용에 관심이 많아 관련학과를 졸업했고, 개인 매장을 창업하겠다는 꿈을 키워갔다.

꿈을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어린 나이부터 창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야간 편의점과 음식점 서빙, 미용실 등 업종과 근무 시간을 가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섭렵했다. 하루에 두 가지 일을 겸하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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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댓바람부터 집을 나섰고 늦은 시간 녹초가 된 몸을 이끌며 집에 돌아오기를 3년, 창업을 위한 공부도 소홀하지 않았다. 매장과 재고 관리, 마케팅 등 관련 강의를 독학하며 꿈에 대한 준비도 차곡차곡 쌓아갔다.

정씨는 “푼돈이었지만 월급날이면 저축통장을 가족들에게 자랑했던 동생이 떠오른다”며 “가족들이 경제적으로 지원해준다고 해도, 본인 스스로 자립하겠다던 동생이었다. 야무지다 못해 성숙했고 대견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신축년 올해는 동생의 고생에 결실이 맺히는 해였다. 지난해 연말에는 매장 건물 임대계약을 마쳤고, 이달 중순 본격적인 개장을 앞두고 있었다. 사고 발생 다음날이 마지막 잔금을 치르기로 한 날이었다.

사고가 발생하기 6시간 전인 1일 오후, 동생과 가족들은 점심을 먹은 뒤 매장 개업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동생은 고심 끝에 정한 매장 상호를 가족들에게 소개했다. 본인의 이름과 ‘세상의 빛을 그려내고 싶다’는 뜻에 따라 고른 ‘다그림’이었다.

이후 동생은 가족들에게 ‘내일 만나’라고 말한 뒤 외출했고 같은 날 오후 10시쯤 광주 광산구 수완동 한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중 만취운전자의 차에 들이받혔다.

사고를 낸 20대 운전자는 이 사고에 앞서 1차 사고를 낸 뒤 도주하던 중이었다. 신호를 받고 정차 중인 택시를 1차로 들이받았고, 현장에서 그대로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중앙선을 침범했고, 맞은편에 있던 동생의 차와 정면 추돌했다. 신호대기 중이라 피할 새도 없었던 동생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그날 숨졌다.

가해 운전자는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고,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로 확인됐다. 경찰은 사망사고를 낸 가해자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의 위반으로 입건했다.

유가족은 가해 운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한 상황이다.

정씨는 “가해 운전자는 사고가 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아직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며 “피해자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며 사는데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윤창호법이 시행됐어도 음주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5년이라는 낮은 형량과 다양한 감형사유 때문이라고 생각해 국민청원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월1일 음주뺑소니 차에 사랑하는 동생이 사망했습니다. 음주운전자의 강력한 처벌을 구합니다’는 청원을 게시했다.

정씨는 청원을 통해 “모두가 희망찬 새해를 시작하는 날, 제 동생은 가족들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며 “음주운전이 한 사람이 아닌 한 가정을 죽였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윤창호법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3년에서 길면 10년이라는 짧은 형량과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17일 현재 해당 국민청원은 5만4992명이 동의한 상태다. 게시일 기준 한 달동안 20만명 이상이 동의할 경우, 정부 및 청와대 책임자(각 부처 및 기관의 장, 대통령 수석·비서관, 보좌관 등)가 답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씨는 “동생이 창업을 위해 주문했던 물품들이 아직도 집에 배송되고 있다”며 “불 꺼진 동생 방에 들어갈 때면 가슴이 아려온다. 더 이상 음주운전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청원에 동의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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