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가 뭐길래…정치공학 우려에 “안철수 얘기 그만”

뉴시스 입력 2021-01-17 10:34수정 2021-01-1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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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합의된 한 후보 지지 선언…컨벤션 효과 기대
김종인, 안철수 단일화 언급에 "기회주의" "콩가루 집안"
나경원 "처음부터 끝까지 '안철수' '단일화'…정치공학적"
정치공학 우려 때문…고민정 "오세훈, 셈법에 능해 실망"
정치 신인들 소외되고 정책 경쟁 뒷전 밀린다는 지적도
"안철수 지지율 높아 국민의힘 후보 굳힌 뒤 논의할 듯"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세 달 앞으로 다가온 현재 정치권의 주요 화두는 단일화다.

서울시장 출마 선언자만 10명에 달하는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 논의에 불이 붙었다. 범여권에서도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지난 12일 비공개 회동에서 각자 당의 최종 서울시장 후보로 결정될 경우 단일화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단일화란 선거에서 여러 명의 후보를 한 명으로 만드는 일을 뜻한다. 단순히 다른 후보들이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합의된 한 후보를 지지한다는 일종의 선언을 수반하기 때문에 선거에 미치는 파급력이 작지 않다. 때문에 후보들은 단일화의 필요성을 너나할 것 없이 강조하고 이를 위해 후보자들끼리 담판을 벌이곤 한다.

지방선거의 대표적인 단일화 성공 사례로 언급되는 것이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무소속 후보로의 야권 단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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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시장은 무소속 시민사회 진영 인사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야권단일화 후보로 본선에 나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압도적 표 차로 제치고 서울시장직을 거머쥐었다.

이는 당시 서울시장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를 넘나들며 가히 신드롬 수준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던 안철수 대표가 박원순 전 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하고 이에 힘입어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도 이기면서 일종의 ‘컨벤션 효과’(convention effect, 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를 누린 사례로 언급된다.

그러나 정작 단일화에 대해 질문이 나오면 정치인들은 쉬쉬하기 일쑤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4일 안철수 대표와의 단일화 논의에 대해 “(우리 당) 시장 후보가 선출된 다음 단일화를 얘기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일 비공개 회의에서도 안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가 연일 거론되는 것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이를 “기회주의”, “콩가루 집안” 등의 격한 표현으로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사회자가 안 대표와의 단일화가 무산됐을 경우에 대해 질문하려 하자 “단일화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안철수 대표 이야기는 그만해달라. 단일화를 자꾸 얘기하는 건 너무 정치공학적”이라고 주장했다.

단일화가 그 효과에도 표면적으로는 정치인의 외면을 받는 이유가 바로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이 ‘정치공학적’이라는 수식어 때문이다. 정치공학은 정치를 공학적 입장에서 관찰하고 분석하는 학문을 뜻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사전적 정의보다는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셈법’이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일례로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13일 오전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 강연에서 “안철수 대표가 입당을 결심해준다면 그것은 선거공학적, 정치공학적인 표 계산에 의한 입당이 아닐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입당이 자칫 정치공학적 행보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를 야권 통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불식시킴으로써 안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 위원장은 실제로 “이번 선거만 위한 입당이 가능하겠나”라며 “그건 우리 국민의힘과 힘을 합하겠다는 것 아니겠나. 자유수호세력 통합을 기본정신으로 한 스크럼이 짜인다면 강력한 야권의 힘을 집대성하고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7일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들어오지 않을 경우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는 조건부 출마를 선언한 것도 정치공학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오 전 시장과 총선에서 맞붙었던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연합뉴스TV ‘뉴스1번지’에 출연해 오 전 서울시장의 조건부 출마에 대해 “예견된 모습이었다. 서울시장일 때도 무상급식을 조건으로 직을 걸지 않았나”라며 “(총선) 선거기간 내내 굉장히 계산에 능한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에 전략과 계산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진정성”이라며 “후배로서 앞선 정치 선배들이 새로운 정치를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여전히 계산하고 셈법에 능한 모습들은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단일화가 정치 신인이나 약소 후보들의 부상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있다. 논의가 지지율을 근거로 이뤄지기 때문에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후보들은 자연스레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 의지를 밝힌 김선동 전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공학으로 서울시장 선거의 기회를 날려버리는 선통합 후경선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며 “저는 이것을 단호하게 반대한다. 우리 당에는 훌륭한 후보들이 많이 계시는데 이들을 다 버리고 정체성 논란이 있는 사람들을 구국의 전사인 양 모셔오겠다는 발상은 당을 망치고 당원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오신환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도 12일 공약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는 입당을 거부했고 국민의힘은 통합을 별로 원하지 않으니 이 문제에 대한 더 이상의 실랑이는 불필요하다”며 “이제는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이 정책과 비전 발표를 통해 경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일화에 관심이 집중돼 정작 후보들의 공약이나 정책에 대한 경쟁이 주목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부동산 문제가 큰 쟁점 중 하나다. 이외에도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TBS 논란 등 굵직한 현안들이 있는데 단일화에 매몰되면 정책들이 뒷전으로 밀리는 부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엄 소장은 단일화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태도 역시 전략적인 판단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안 대표의 지지율이 더 높지 않나. 반면 국민의힘 후보들은 출마 선언을 한 지 얼마 안됐고 안 대표한테 지지율이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단일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안 대표한테 유리하게 작용할 거란 전제가 깔린 것 같다. 단일화를 하지 말자는 건 아닌데 3월 중으로 늦춰서 하려는 속내가 아닌가 한다”고 짚었다.

이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인데 서울시장 후보를 단일화로 뺏기면 일어날 지지층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다”며 “또 이렇게 되면 향후 지방선거를 이겨도 보수 재편이 뒤따를 텐데 대선 정국까지 고려할 때 제1야당의 역할과 입지가 축소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14일 “(안 대표) 본인에게도 분명히 물어봤다. 단일화는 3월 초에나 가서 얘기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우리 당에 들어와서 하는 둘 중에 한 가지밖에 없으니 둘 중 한 가지 결심하면 얘기하라고 했다”며 “그 이후엔 얘기할 게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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