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직·연구비 부당수령 대학교수 ‘해임 부당’ 판결 왜?

  • 뉴시스
  • 입력 2021년 1월 17일 0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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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교육대 교수, 허위 실적으로 연구비 수령 등 이유 해임 처분
재판부 "비위 경중 따라 징계 정도 세분화 안 해, 비례원칙 위반"
"교수 설립 단체 공익 목적 활동, 겸직 알고도 운영 중단 미요구"
"연구비 이중 지급 관련 규정도 미비, 비위 정도 고려 해임 과중"

허가 없이 겸직하며 연구비를 부당 수령한 대학 교수에게 ‘허술한 징계 규정을 근거로 해임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해당 대학 측은 교직원이 고의로 연구비를 부당 수령·사용할 경우 최소 해임 이상의 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비위의 경중에 따라 징계 정도를 세분화하지 않은 채 고의로 연구비를 챙겼다고 단정해 해임한 것은 위법하다는 뜻이다.

광주지법 제2행정부(재판장 이기리 부장판사)는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A씨가 광주교대 총장을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취소소송에서 ‘해임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단체 2곳을 설립, 기관장 허가 없이 영리 업무와 겸직 활동을 했고 취소된 공연을 연구 실적 자료로 제출해 허위로 연구비 400만 원을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징계 처분을 받았다.

A씨가 외부 지원금을 받은 업적에 대해 이중으로 연구비 450만 원을 신청·수령한 사실도 징계 사유에 포함됐다.

광주교대 징계위는 지난해 초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을 이유로 A씨를 해임하고, 연구비 부당 수령액(850만 원)의 3배에 달하는 징계부가금(2550만 원)을 부과했다.

이 처분에 불복한 A씨는 교원소청심사위에 소청 심사를 제기했다. 심사위는 청구를 기각했다. 심사위는 A씨가 징계부가금을 전액 납부한 이후 일부 감경했다.

A씨는 ‘겸직 허가와 연구비 이중 수령에 대한 규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단체를 운영하며 지급받은 공연료는 개인적 이득을 취한 게 아니다. 징계양정기준 또한 비위 정도에 따른 징계 경중이 전혀 구별되지 않아 합리성을 갖추지 못했다. 해임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해임은 징계 양정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연구비의 부당 수령 정도나 비위의 경중에 따라 징계 정도를 세분화하지 않은 채 고의가 있는 경우라면 최소 해임 이상의 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기준 자체가 비례의 원칙에 반하고 합리성을 갖추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징계의 각 사유에 해당하는 비위 정도나 경위를 고려할 때도 해임은 과중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가 운영한 각 단체는 지역 사회 봉사 등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단체로서 일반적인 영리 목적의 수익 사업을 위한 단체와 같다고 보기 어렵다. A씨는 단체 주관 공연을 통해 공익 목적 활동을 지속했다. A씨가 지급받은 공연료는 실비변상적 성격으로, 영리를 취득키 위해 활동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이어 “전임 총장은 이 사건 각 단체의 행사에 축사를 보내거나 공연장 사용을 허가했다. A씨의 단체 운영을 인식하고도 운영 중단 또는 겸직 허가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취소된 공연’의 소책자를 연구 실적 근거 자료로 제출한 것은 부당하다. 계획 변경으로 책자에 기재된 일시·장소에서 공연을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유사한 취지의 공연을 실제 개최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아무런 실적 없이 연구비를 부당 수령하는 경우와 A씨의 경우를 동일시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 “A씨가 겸직 허가를 받지 않은 이 사건 단체를 통해 지급받은 공연료 등을 대학 측에 신고하지 않은 채 연구비를 별도 지급받았으나 관련 규정이 미비했던 점으로 보이는 점, 공연료 수령을 연구비의 이중 수령으로 인식하지 못했을 개연성도 있는 점 등의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판단했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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