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미착용’ 단속하려다 초등생 친 경찰…‘민식이법’ 적용?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1-01-12 07:55수정 2021-01-12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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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교통 단속 공무 중 초등학교 횡단보도 앞에서 초등생을 친 경찰에 대한 처벌 수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일 광산서 교통안전계 소속 A 경위가 초등학교 인근 교차로에서 초록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을 차로 쳐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혐의로 입건, 수사를 받고 있다. 광산서는 공정한 수사를 위해 사건을 서부경찰서로 이첩했다.

조사에 따르면 A 경위는 지난 5일 오후 2시경 광산구 신가동 선창초등학교 인근 교차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교 5학년 B 군을 순찰차로 들이받았다. 헬멧을 미착용하고 주행 중인 이륜차를 발견해 단속에 나서던 찰나였다.

40대 이륜차 운전자가 교차로 신호를 위반하며 지나치자 A 경위는 단속을 위해 빨간불 신호에도 감속하지 않고 교차로에 진입했다. 그 사이 보행 신호를 확인한 B 군은 횡단보도를 건넜고, A 경위의 순찰차에 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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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직후 A 경위는 인근 지역을 순찰 중이던 경찰에게 협조를 요청한 뒤 B 군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B 군은 허벅지 등에 타박상과 찰과상 등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요청을 받은 경찰관은 이륜차 운전자를 잡아 헬멧 미착용 2만원, 신호위반 4만원 등 범칙금 6만원을 부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발생 후 1주일이 경과했지만 사고 지점이 어린이보호구역인지에 대한 답이 명확하지 않아 경찰은 혐의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고 구간은 초등학교에서 170m 가량 떨어진 횡단보도로, 노면에 ‘어린이보호구역’ 글씨가 표시돼있다. 그러나 광산구청, 광주경찰청에서 관리하는 관할 내 어린이보호구역 리스트인 관리카드에는 해당 교차로가 빠져 있다.

이에 본래 어린이보호구역이었으나 해제된 것인지, 관리카드에서 누락된 것인지, 표기가 잘못된 것인지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 광주시와 광산구의 공식 입장이다.

경찰은 어린이보호구역일 경우 A경위에 대해 민식이법을 적용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단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혐의로 입건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긴급자동차가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사고를 낼 경우 긴급활동 상황을 참작해 형을 감경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이 개정안은 어린이보호구역에 한하며 아직 공표되지 않아 해당 사건에 적용되기 어렵다.

또한 도로교통법 제158조2항에 따라 경찰차, 소방차 등 긴급차량이 긴급한 용도로 운행하는 중에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시급성과 불가피성을 정상 참작,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그러나 A 경위는 어린이보호구역 노면 표시를 보고도 감속하지 않았고, 헬멧 미착용이라는 경미한 단속 중 발생한 사고임을 고려하면 정상 참작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경미한 단속을 위해 무리한 A 경위에 대해 실적을 위한 단속이 사고를 유발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A 경위에 대한 내부 징계는 정확한 사건 조사 이후 진행할 예정이다.

광산경찰서 관계자는 "공무집행 중에 발생한 사건이지만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항도 명백해 법적인 처벌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다만 내부 징계에 대해서는 정상 참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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