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자료 더 달라” 피해 할머니측에 요청한 김정곤 판사

유원모 기자 입력 2021-01-08 21:20수정 2021-01-0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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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판례 평석, 문헌, 논문도 좋고요. 조금 더 제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4월 24일 서울중앙지법 558호 법정.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12명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첫 변론기일에서 김정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48·사법연수원 28기)는 원고 측 법률대리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사건에서 주권면제론이 적용되면 안 된다는 원고 측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근거 자료가 부족하다고 보고, 추가 자료를 요청한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이번 소송 내내 적극적으로 소송지휘권을 활용했다. 통상의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 측이 제시한 서면 등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재판부와 달리 주도적으로 관련 자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 부장판사는 2016년 1월 소송이 제기된 후 일본 정부의 송달 거부 등으로 인해 4년여 간 재판이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을 끝내고, 지난해 1월 전격적으로 송달이 간주된 것으로 보는 ‘공시송달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해 1년 간 재판을 진행한 김 부장판사는 유사한 사건이 진행 중인 다른 재판부의 증거 및 서면 자료 등도 활용해달라고 원고 측에 요청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이번 사건 외에 이용수 할머니 등 21명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함께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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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판사는 특히 원고 측이 주권면제론을 인정한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결정이 불리할 수 있다며 제출하지 않은 것을 두고 “ICJ가 주권면제론을 인정했지만 소수의견을 보면 원고 측의 법리 주장에 하나의 큰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조계에선 “일본 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을 김 부장판사가 주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김 부장판사는 1996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2002년 울산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한 19년차 법관이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평소 정치색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선비처럼 묵묵히 일하는 전형적인 판사”라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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